오늘이 추석이다.
혼자 지내는 추석이지만 어제는 집안 청소를 말끔히 했다.
아직도 여름이 다 물러가지 않았는지 땀은 여전히 범벅이다.
예전에 그리 시끌벅적하던 명절이 이제 한가로와졌으니 이 또한 진정한 휴식이다.
아이들에게도 가지 않고 언니네에도 가지 않기로 한다.
송편 만원어치를 샀고 휴일에 먹거리로 닭볶음도 만들고 두부도 굽고 도토리묵도 준비했다.
마산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울 딸네집에 올라왔는데 딸이 시댁에 가는 이틀이 심심하니까 우리집에서 일박 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함께 놀러 나가지는 못해. 그냥 집에서 먹고 TV나 보겠다면 오렴. 내가 발목 인대가 늘어나서 압박붕대
감고 있거든. 잘 걷지를 못해.\"
지난해 추석에 친구가 나를 끌고 대공원에 갔던 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내 체력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것을 깨달았던 날이었다.
\"그러면 재미없지. 너랑 산에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고 그럴려고 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나보다 재미난 친구를 찾아서 놀아. 정 심심하면 오덩가.\"
친구는 오지 않았다.
윤지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언제 와? 할아버지가 가시면 금방 올거지?\"
영리한 녀석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딫치면 안된다는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금방은 못가. 열밤쯤 자면 아빠 생일이니까 그때 갈게.\"
울먹이는 윤지가 전화를 끊지 않는다.
윤지야 사랑해를 열번쯤 하고 열흘후에는 둥화책을 열권 읽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울음을 그쳤다.
친구도 거절하고 손녀에게도 내 의사를 확실이 전달하고 나니 변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남에 의해서 끌려가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한다.
누구에게도 의지 하지 말고 어느 곳에도 껄떡대지 말고 진정한 혼자의 삶을 받아들인다.
이것이 상처받지 않기위해 나자신을 보호하는 길일게다.
오산시 세교동 임대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가 문자로 왔다.
NH공사에 전화해서 자격을 알아보니 내가 일순위에 속한단다.
열여섯평이면 혼자 살기에 딱 좋은 평수다.
시월 칠일에 접수하면 십이월 오일에 당첨자 발표.
십이월 이십칠일에 입주.
잘 되었으면 좋겠다.
몸도 아픈 사람이 자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산다고 아들은 말했지만 내가 자식에게 얻을것이
무에 있겠는가.
상처 받지 않기위해서 멀리 있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딱 좋은 거리다.
급하면 119라는것이 있고 독거노인 돌봄 센타도 있으니 나라에 의지하는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혼자 죽으라는 운명이라면 혼자 죽으면 되는것이고.
살 준비도 하고 죽을 준비도 하는 나이.
육십대 후반이 그런 나이다.
죽기전에 좋은 작품을 하나 남기게 해달라는 기도를 매일 밤마다 올린다.
제게 지혜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