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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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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레일바이크


BY 밤하늘 2013-09-19



강촌레일바이크

 

강바람이 머리를 가르고 있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멀리서 강들이 내게 달려온다

철길이 지나가고 있는 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이름 모를 들꽃의 향기가 강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며

강촌의 풍경은 그림처럼 시야를 스친다.

행복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강바람을 스치며

폐철도를 이용한 강촌레일바이크의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어

친구는 다음달에 아이를 출가 시킨다고 청접장을 보내왔는데~

난 이제 12살의 어린딸이 런닝맨에 나온 강촌레일바이크를 타고 싶다고 하여

늘 시간에 매여 바쁜 남편이 모처럼 추석연휴로 시간을 내어서

늙은 아빠,엄마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우리는

늘 아이의 소원을 감당하지 못했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미안했고 더욱이 지병까지 있는 나는

늘 아이에게 엄마를 배려해줄 것을 요구해서 마음이 아릴때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했는데

추석 귀성객으로 춘천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처음에는 밀리는 것 조차 즐거워 차안에서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어가며

아이도 재잘거리며 들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성객이 늘어나고 예약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불안해 지며 셋식구는 말수가 없어졌다

결국 예약시간을 지키지 못해 미리 전화를 하니 한번만 바꿀수 있다고 하여

2시간이 연장되었지만 고속도로는 움직일 기미가 별로 없다

어쩔수 없어 국도로 바꾸어 탔지만 별반 밀리는 것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춘천이 가까올수록 정체가 사라지며 5시간만에

수원에서 춘천 김유정역까지 도착하여 느끼는 지금의 희열이다

 

모처럼만에 여행으로 아이보다 더 들뜬 우리

멀리 보이는 강들과 산야가 인사를 하고

스치는 노란 벼들이 풍년을 기약하고

앞서가는 철길위에 달리는 레일바이크의 행렬

맑은 날씨에 더 청명한 가을하늘에 잠자리떼 춤추고

맑은 공기를 가르는 딸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

내친김에 아름다운 남이섬도 들리기로 했다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청솔모와 담람쥐들을 가까이 보며

겨울연가로 유명한 남이섬의 고요함도 즐기고

노을지는 강가에 어둠이 내려앉는것도 바라보며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었던

추억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