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서는 다녀왔니?\"
아이들 어린 시절에 피서를 가본적은 있었지만 내 사전에 피서라는 말은 낯설었다.
대천에 오두막집을 하나 가지고 있다고 친구가 대천으로 놀러오란다.
\"오면 근사한 소설 소재 하나 줄게.\"
올해 충남대를 정년퇴직한 친구가 요즘은 문학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연휴를 끼고 있어서 보령행 버스는 이미 매진이었다.
초행길에 차를 가지고 가기는 난감하던 차에 친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우리 남편이 서울 다녀오는 길에 오산역에서 너랑 만나 네 차를 우리 남편이 운전하면 될것 같아.\"
그리하기로 했다.
대전 원자력 연구소에 근무하던 친구의 남편은 오래전에 보았기때문에 오산역에서 서로 얼굴을
알아볼수는 있을것인지...
친구의 남편이 운전을 해주어서 편안하게 대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오산에서 대천까지는 두시간 거리였다.
해질 시간에 우리는 수영복을 챙겨입고 바다로 들어갔다.
파도타기를 즐길줄 모르는 사람은 바다에 올 자격이 없다고 친구의 남편이
부추겼다.
우리는 깔깔대며 파도에 부딫쳐 빠지기도 하고 솟구치기도 했다.
\"사는게 뭐 별거 있니? 이렇게 하루 하루 웃으면 되는거지.\"
파도에 휩쓸리면서 친구가 소리 친다.
\"맞아 맞아.\"
나도 맞장구를 쳤다.
저녁에는 소나무 숲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와인을 한잔 했다.
\'한남자 두집\'을 읽었다는 친구의 남편이 다음 소설 소재를 이야기 해달란다.
우리는 문학도 이야기 하고 원자력 이야기도 하고 영양학 이야기도 나누었다.
영양학박사가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나는 질문이 많다.
광복절에는 성모 승천일이라 셋이서 요나성당에 가서 미사를 하고 파도타기를 또 한 후에
오두막 이웃들과 어울려 광복절 기념 파티를 했다.
\"오늘은 기도대신에 애국가를 부릅시다.\"
팔십대 부인의 이야기에 모두 웃으면서 따라서 애국가를 불렀다.
여자들은 모두 교수출신이고 남편분들은 모두 원자력 박사들이란다.
각자 해온 음식을 먹으며 다시 와인파티가 벌어졌다.
\"이쪽은 책을 네권이나 출판한 작가이십니다.\"
친구남편이 나를 소개하고 다음 쓸 소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라고 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해할까봐서 나를 자꾸 끼어넣으려는 친구의 남편을 보며 웃었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고스톱 한판 치자.\"
친구가 나를 불렀다.
서툰 고스톱은 셋이 마찬가지였다.
고스톱 초보들이 서로 물어가며 한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없을때에도 너 혼자 여기와서 바다 보면서 글 쓰면 좋은데 할수 있겠어?\"
\"아니.\"
주인 없는 집에 가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워서 그리 대답했다.
친구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이박삼일의 뜻하지 않은 피서에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