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고양이녀석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유독 우리집 근처에서 울어대는 것인지 한 두번 쫓아보기는 하지만 조금 후면
다시 울어대는 통에 시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그저 흔하게 듣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니고 마치 절절한 어린아이의 울음같다고 할까.
애가 끓는 듯한 희한한 울음소리가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왜 그런 것인지 이웃에게 물어보니 요즘 고양이들의 발정기라 짝을 찾는 소리란다.
아하, 꽃들도 나무들도 봄을 맞아 새 생명을 틔우듯이 동물들에게도 생명의 계절이 있는 모양이다.
요놈들도 자기네들만의 영역이 있단다.
특히 조녀석은 우리집이 자신의 영역인지 해가 질 무렵이면 집근처에서 어슬렁거리거나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는다. 가끔은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 가꾸는 텃밭에 떡하니
볼일(?)을 보기도 해서 눈에 띄기만 하면 욕을 잔뜩 먹으면서도 근처를 떠날 줄을 모른다.
작년 초겨울에 겨우 얻어 널어놓은 우럭을 저 녀석이 반토막을 내어 놓았다.
어찌나 잽싼지 인기척만 나면 도망치는 통에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심증은 딱 저녀석이다.
도시에서도 도둑고양이들이 너무 많아져 골치라고 들었는데 이곳역시 야생 고양이들 때문에
생선을 말리기도 어렵고 요즘같은 계절은 이렇게 소음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언젠가 한 번 고양이들을 잡아서 개체수를 줄였다는데 요놈들 어찌나 금슬이 좋은지 잠깐 안보인다
싶으면 어느 날 뚱뚱해져서 나타나고 며칠 후면 어디에선가 새끼고양이를 낳아 번식력을 자랑하곤 한다.
이웃집 할머니도 집에 들어온 새끼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한 번 길러볼까 하신적이 있다.
고양이집을 지어주시겠다고 판자쪼가리를 얻어가시더니 잘 기르고 계신지 궁금하다.
난 살아있는 것들이 대체로 무서워서 뭘 길러보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금붕어도 다 무섭다.
실제로 그 야생성이 무서운 것보다 혹시나 잘못 보살펴 병이 나거나 죽을까 싶은 노파심 때문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 울었다는 고사성어가 나를 두고 한말인지 모르겠지만
사랑이 넘치는 누군가에게 가서 잘 살 녀석들이 팔자가 사나워 나에게로 와서 제 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단이 생기면 어쩔것인가.
서울에서도 내집에만 오면 죽어나가던 화분들이 생각나서 텃밭에서 살랑거리며 잘 크고 있는 마늘이며
배추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로 느끼며 살게 된다.
그래도 제발 고양이들아~~
니들 짝짓기는 제발 내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치르려무나.
도무지 마음이 심란해서 살 수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