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42

박쪼순 여사의 콩당일기-노래방 도우미-


BY 한이안 2013-08-16

같은 교무실에 있는 무의식 샘이 혼자 자기 자리에 앉아 쭝얼쭝얼 하네유.

뭔 일인가 하여 지 귀가 또 쫑긋 서네유.

들어보니께 회식비 어쩌고저쩌고 해유.

혼자 쭝얼쭝얼하는데 뭔 일이냐고 물을 수도 없구 답답하더만유.

그렸는디 부장 샘이 들어오자 붙잡고 하소연을 하네유.

말인즉, 무심 여사가 회식비를 한 달이 훨씬 지나도록 안 준다 허네유.

가서 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쿨메시지를 두어 번 보냈는데도 반응이 없다 혀유.

무심여사 방에 가서 얼쩡거려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나유.

그려 속이 타는 모양여유.

장감에 부장 12, 행정실장, 총무인 무의식 샘 해서 16명이 매달 한 번씩 회식을 하는디,  

무심여사가 회식비를 내지 않으니께 회식을 하자고 해야 할지 말자고 해야 할지 고민이라 혀유. 

 

근디 말여유, 무심여사도 이유가 있더라니께유.

지가 또 여기저기 쑤석거리고 다니지 않았겄어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깔인디.

알아보니께 들려오는 소문이,  

9월에 장 샘이 새로 왔어유.  

오고 얼마 안 돼서 장 샘의 집들이 겸 부장들 회식이 있었다나유.

근디 말여유, 여자부장 2명은 1차인 집들이만 참석하고 2차 노래방부터는 빠졌다 혀유.

문제는유, 다음 날 무의식 샘이 쿨로 날린 회식비 청구내용이었구만유.

참석을 안 혀도 일절 빼주는 게 없으니 그건 무심여사도 그러려니 하는 모양여유.

헌디 이 무의식 샘,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 부른 것을 회식비 명목에 언급혔다 이거여유.

딴에는 \'노래방도우미 비용은 남자들끼리 계산하고 여자 샘한테는 빼주겄어.\' 하는 배려였다 허는구만유.

그게 장 샘이 바뀌고 첫 번째 회식였어유.

그때도 무심 여사, 한 열흘은 끌었다나벼유.

투덜거리는 것도 빼놓지 않았대유.

바로 옆에 함께 부장을 하는 류수다 여사가 앉았는디,

그 앞에 대고 투덜거렸다니께,

여기저기 퍼 날라라 하는 뜻이었겠지유.

바람대로 여기저기 옮아다니더만유.

근디 이 무의식 샘, 한 번 슬쩍 겪었으면 수를 썼어야지유.

그 다음 달에도 같은 실수를 한 것이구만유.

23차 이어지는 과정에서 노래방을 갔는디 그때도 노래방도우미를 불렀던 모양여유.

물론 두 여사 샘은 1차만 참석하구 집으로 갔구유.

무의식 샘, 1차 식당 경비에 노래방 비용과 노래방에서의 술값 및 음료수 값, 3차에서 쓴 비용까지 모두 합해 인원수로 나누어 비용을 청구혔다 해유.

물론 장감과 행정실장은 뺐겄지유.

근디 이번에도 노래방 도우미 부른 비용은 남샘들한테만 청구한다는 내용을 쿨에 함께 적어 보냈다 해유.

거기에 무심 여사가 뒤틀린 것이라 허네유.

여자를 무슨 도우미 취급하는 거 아니냐구유.

지들 마나님 집에 눈 벌겋게 뜨고 있는데 도우미가 웬 말이냐구유.

것도 교사들이유.

것도 자그마한 소도시인지라 어딜 가나 학부모들이 죄 깔려있는 곳에서 말이 되냐구 하면서유.

그러면서 돈을 일부러 안 넣어준다는 거여유.

것도 류수다 여사가 열심히 퍼 나르더만유.

얼마나 얄밉겠어유.

일이라도 제대로 못하면 그걸 핑계로 구박이라도 할 텐디,

자기 일은 깔끔하게 해내는 깔끔이라 트집 잡을 것도 없구만유.

게다가 어지간한 쇠심줄이여야쥬.

뒤에서 씨부렁거려봐야 끄덕 없구만유.

말하는 사람 입만 더러워져유. 장감도 필요 없어유.

장도 감도 그 손으로 따라주는 술 한 잔 얻어 마시지 못 혔으니 속으론 어지간히 아니꼬울 거구만유.

근디유, 결국 남자들이 지더만유.

남자 부장들 무의식 샘에게 와서 다들 한 수씩 두고 가는구만유.

노래방 도우미는 다시 올리지 말라구유.

다들 무심 여사 눈치를 보더라니께유.

쇠심줄 앞에서는 통하는 게 없구만유.

지 같으면 장감한티 찍힐까봐 지레 겁먹고 길 텐디 말여유.

아무튼 무심 여사 배짱 하나는 두둑혀유.

지도 이젠 인정하는구만유.

무심 여사는 안 통하는구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