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쇼를 많이 했다.
대전 충남만 하더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가 많이 열려서 그 축제속에
꼭 가수를 초대하는 쇼를 만들었다. 그래야 관중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축제쇼는 라디오로 TV로 만들어져 방송되었다.
버섯축제 고추축제 얼음축제 벚꽃축제..호박축제..해수욕장 개장축제..인삼축제..
일년이면 수십번 축제를 한다.
그리고 농어촌 프로그램으로 농어촌을 찾아다니면서 지역분들의 노래와 가수를 초대해서 꾸미는 공개방송도
많이 했다.
이런 쇼를 하면 우선 가수들이 제시간에 와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거의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7시 공연이면 5시까지는 도착해 달라고 하고
8시공연이면 6시까지 와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사람사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다면
신경 쓸 일이 무엇이 있을까?
1. 그날은 버섯축제였다.
날씨도 꾸물거리고 눅눅했지만 도착한 행사장은 시끌시끌 축제장 다웠다.
오후 6시 축제는 팡파르가 울리고 축제위원장의 인사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등등의 축사가 끝나고
드디어 쇼가 시작되었다.
일찌감치 내려와 대기하고 있는 가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대기실에 큐시트를 붙여놓고
쇼를 진행해나갔다.
작가는 원고도 써야 하지만 현장에서 가수들을 순서대로 내보내고
또 도착하지 않는 가수들의 현위치를 확인하면서 중계차에 있는 피디와 소통을 해야 한다.
어느가수는 중간쯤에 들어있어도 다른 행사가 있으니 좀 앞에 넣어달라고 하면
피디와 상의해 순서를 바꾸고 진행자에게 달려가 바뀐 내용도 전하며 그야말로 쇼가 끝날때 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클로징 가수...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쇼는 지금 중간쯤이다.
남은 가수는 세명...
어디세요?
네 가고 있는데 밤이라 잘 안보이네요
네..얼른오세요
가수가 두명 남았다.
어디세요?
네 가고 있습니다.
가수가 한 명 남았다.
노래세곡하면 12분...10분안에 클로징 가수가 도착해야 한다.
어디세요.
아...시간안에 못가겠어요.
뭐 이런 청천벽력같은...이 있담.
그게 뭔소리여요..온다고 했잖아요.
가고 있어요..
어디냐니까요?
모르겠어요.
12분이 지나 그 가수의 노래가 끝났다.
다행이 노래가 끝나고 피디얼굴을 보고 간다고 가지 않은 지역가수가 있었다.
그 가수를 다시 올렸다.
10여분을 또 끌었다.
어디세요?
거의 도착한 것 같아요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9시가 넘으니 버섯축제장도 시들어가기 시작했고 관중들도 하나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가수는 도착했다.
그리고 관중도 없는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녹음을 해야했고 그 가수가 온다고 사전에 방송으로 피알을 했기때문에)
노래를 끝내고
저....실은 앞의 행사장에서 제가 오프닝이라 그거 끝내고 오면 될것 같아서 ..
근데 제가 계속 뒤로 밀렸어요...
안할수도 없고...끝내고 오다보니..정말 죄송합니다.
피디와 나...
기다림에 지쳐 할말도 없었다.
녹음은 잘됐고 편집할때 감쪽 같이 붙이면 됐다.
그 가수는 당분간 우리가슴에 야속한 가수로 남아있었다.
2. 이번 공개방송은 지역이었다.
도의 지원을 받아 도 곳곳을 다니며 농업기술센타 회원들과 노래자랑도 하고
초대가수의 노래를 듣는 녹음 방송이었다.
그곳은 아름다웠다.
바다냄새도 나고 사람들도 순박했다.
웃음가득한 고장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와 노래를 담아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주민들은 노래도 잘했다.
논농사 어업 그리고 특수작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농촌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을 소개하고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오프닝이 시작되고(오프닝이 시작되기전 클로징 가수가 오고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프닝 가수가 열창을 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주민들의 이야기와 노래자랑이 계속되고
중간 가수도 올라가 노래했다.
클로징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셔요?
글쎄요..가고 있는데 ...
불안이 급습했다.
시간맞춰 오실수 있나요?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는데요
맞춰볼게요
그런데...
마지막 주민이 노래하고 있는데...
그 가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 불길한 그림자.
끝내 그 가수는 나타나지 않아 사회자가 노래한곡 하고 그 시간을 마무리 해야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네비게이션이 없는 그 시절...그 가수가 길을 잘못 들었단다
믿거나 말거나...
3. 청소년 가요제가 열리는 춘장대 해수욕장 바닷가는 그야말로 뜨겁고 황홀했다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우리지역의 바닷가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이 공개방송을 맡아 바닷가로 향했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 살아서 인지 바다를 보면 뭔가 맘도 시원해졌다.
일일이 가수들을 체크하고 출연자들을 체크하고
도착해 리허설을 하고 마음놓고 저녁을 먹었다.
바닷가의 만찬은 맛있었다.
저녁 7시
바닷물도 출렁이게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청소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게끔
기가막히게 노래들을 잘했다.
중간중간 가수들이 무대를 채워주고..나는 1시간30분이나 남은 클로징 가수에게 확인전화를 했다.
오고 계시죠?
네...
네 조심해서 오세요.
그리고 공개방송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쯤은 가수가 도착해서 음향쪽에 MR 주고 내게 얼굴을 비춰야 하는데...
어디세요?
네...대구 넘은것 같아요?
대구요?
네 ㅡ아랫쪽에서 행사하고 가는 중여요
그럼 여기까지 얼마걸려요?
1시간이면 갑니다.
네 조심해서 오세요.
아 그런데 마지막 청년이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데도 이 가수는 도착하지 않았다.
괜계자측에서는 그 가수를 기다리지 못한다고 했다.
불꽃놀이 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어디셔요?
아 작가님 도저히 못갈것 같아요
폭우가 쏟아지고 대구쪽 넘어서 고속도로에 몇중충돌 사고가 나서 차가 꼼짝도 못하고 있어요..
이런젠장...
피디에게 상황을 알리고 관계자들과 상의해 결국 클로징을 하기로 했다.
네 오늘 000가수가 오는 중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대상이 발표되고 앵콜곡이 불려지자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래 ...
날려버리자
못 오는 그가수도 얼마나 애가 탔을까..한번 무대에 출연료가 얼만데..그걸 놓치고..얼마나 마음아플까
방송사와 약속을 못지킨 마음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이런 저런 복잡한 마음을 불꽃놀이에 실려 하늘에서 터뜨렸다.
내 심장이 졸아들었다..가빠졌다 했지만 한여름밤 불꽃놀이에서 불꽃 퍼지듯 녹아들고 있었다.
여름밤 바다의 황홀한 불꽃놀이가 나를 위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