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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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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ir...점하나를 찍어서


BY 비단모래 2013-07-02

도로남

        - 김명애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같은 인생사
가슴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 인생

돈이라는 글자에 받침 하나 바꾸면
돌이 되어 버리는 인생사
정을 주던사람도 그 마음이 변해서
멍을 주고가는 장난같은 인생사
가슴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정때문에 울고 웃는다
멍때문에 울고 웃는다
아~~ 인생

 

아..이런 인생이라구

나에게도 이렇게 점 하나 때문에 울지도 웃지도 못 할 대략난감에 빠진일이 있다.

아니 이사건은 우리방송사에 작가가 새로 들어오면 회식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내 이야기다.

점하나를 잘 못 찍어서 난처하던 그날이 있었다.

 

남자 진행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부득이 대타진행자를 구해야 했는데 쉽지않아서 대학시절 MC를 했다는

피디가 며칠간 대타로 방송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괜찮은 일이었다.

 

며칠간 방송을 무난하게 잘 이끌었다.

대학때 날리던 명MC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당시 그리운 어머니라는 코너가 있었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에 대한 편지를 받아 보낸 분이 직접 편지를 읽고 딸과 며느리

어머니와 장모님 사연으로 아들과 사위를 서로를 연결해 눈물바다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방송은 그야말로 대히트작 이었다.

목요일시간은 그야말로 눈물방송이었고

버스운전 하시던 아저씨는 눈물이 나서 잠시 운전을 멈추고 있다고 전화가 왔고

여기저기서 너무 슬프다 감동적이다 라는 평을 들었다.

편성국장도 이시간이면 스튜디오로 내려와 방송을 듣다가 안경너머로 눈물을 닦았고

엠시 피디 작가 엔지니어

모두 훌쩍거리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왜 어머니란 말만 나오면 눈물부터 흐르는 걸까?

우리세대의 어머니들은 정말 고생만 하셨다. 자식들에게 희생만 하신 어머니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대전의 청취자들을 울게 만든 프로그램..

 

그날 피디겸 엠시는 방송을 미리 녹음 하자고 있다.

너무 울면 방송이 안될 것 같다는 거였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날 오후 생방송을 마치고 녹음을 하려 준비를 했다.

 

어머니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도 연결되실 어머니께도 미리 전화로 말씀드리고

방송준비를 마쳤다.

 

그리운 어머니 코너는 잔잔한 백뮤직을 깔고 리드멘트로 먼저 시작했다.

음악이 더 구슬펐다.

음악이 깔리고  큐 사인을 넣었다.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두어줄을 읽던 엠시겸 피디는 웃음보가 터졌다.

 

세상에 ...감정잡고 읽어야 할 리드멘트를 읽으면서 웃다니...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 당시는 일일이 손으로 원고를 쓸 때였다.

쓰다가 틀리면 틀린부분을 가위로 오려내고 칸을 맞춰 다시 깨끗이 써서 진행자에게 주었다.

다행이 나는 글씨를 잘쓴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성들여 깨끗하게 쓴 대본을 엠시들에게 넘길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정성들인 원고를 읽으며 웃다니...

 

피디라 말도 못하고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피디는 아직도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얼굴이 벌건해졌고 땀을 흘렸다.

 

이 원고....라고 내밀었다.

 

악.....

이런....이 신성한 글자에 점이 하나 더 찍히다니

그래서 얼토당토 않게 웃음을 터트리게 하다니...

나는 그만 황당하고 당황하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래 이작가네 남자 많은거 알아.. 그렇다고 이렇게 써...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더니 어머니의 삶도 그랬습니다..

라고 써야 하는것을

가지에...가자에...자.....로 썼으니..피디가 웃음보가 터졌을 수 밖에..

 

그날 마침 녹음을 하자던 피디덕에 숨을 고르고 무시히 녹음을 마칠 수 있었지만 만약 생방송중에

웃음보가 터졌다면?

 

그 아리고 아픈 어머니 사연을 망칠뻔 하지 않았던가.

 

지금 생각해도 등골에 땀이 흘러내린다.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민...그때의 점하나가 나를 가지 많은이 아닌 00많은 작가로

오래오래 기억되게 한다.

 

프로그램도 피디도 돌고돌더니 지금 그때의 그 피디가 또 진행자가 되어 나와 방송을 하고 있다.

오늘 방송을 마치고 그 추억의 이야기를 꺼내며 다시 웃었다.

 

그려...점을 조심해야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