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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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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살아볼까]뱃머리 아저씨


BY 왕눈이 2013-06-24

거문도는 지금 한창 통합 여객선터미널을 공사하느라 분주하다. 

섬을 오가는 여객선은 두 회사에서 각기 운행하는데 크지도 않은 섬안에 선착장이

두 곳이다. 짝수 홀수날 번갈아 오전 오후로 운행한다지만 오늘 아침 배는 어느 배가 어느

선착장으로 들어올런지 늘 헷갈려서 불편하기가 이를데 없다.

마땅이 앉아서 기다릴만한 쉼터도 없고 매표소는 두 선착장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화장실도 따로 따로 그야말로 중구난방격이었다.

그나마 통합 여객선터미널이 완공되면 앞으로는 여기 저기 우왕좌왕 할 일도 없을 것같고

매표소며 화장실이 잘 갖추어질 것 같아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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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선착장에 하루도 빠짐없이 보이는 분이 계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뭍에서 들어오는 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시는 \'김정남\'아저씨가

그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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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일흔은 훌쩍 되셨을 것 같아 보이는데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뱃머리 아저씨가 하시는 일은 배로 부쳐진 짐들을 손수레에 담아 각 집으로 배달을 하시는 일이다.

짐을 받을 사람들이 뱃머리로 짐을 찾으러 나오기도 하지만 횟집이나 수퍼등에 오는 짐들은

거의 이 아저씨가 도맡아 배달을 하신다.

그렇게 한 상자에 천원씩을 받으신다. 하루 두 편 배가 들어오고 배달일을 할 짐이 적을 때도 있고

많을 때도 있지만 묵묵히 손수레앞에 앉아 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웬지 가슴이 찡해진다.

들리는 말로는 이렇게 평생 배달일로 자식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번듯하게 키우셨단다.

사실 아저씨는 말투가 어눌해서 여간해서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약간의 장애가 있으신 듯하지만 그런 장애쯤은 자식을 키우는 아비앞에 걸림돌이 될 수없다는 듯

지긋한 연세임에도 커다란 상자를 번쩍번쩍 들어 올려 배달하시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만약 아저씨가 홀몸이었다면 저렇게 열심히 사실 수 있었을까.

물론 타고난 성심이 성실하고 견고하다면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내가 아이가 없는 홀몸이었다면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올 수 있었을까.

한 짐에 천원씩을 받아 모은 돈으로 아이들을 키운 부정(父情)은 어느 고관대작의 아버지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번듯한 권력과 명예를 가진자중에 저 뱃머리 아저씨의 삶보다 비루한 인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얼마전 대통령을 수행하러 떠난 이국땅에서 딸같은 아이를 성추행한 인간역시 한 때는 독설을 자랑하는

언론인이었고 재벌집 누구누구는 자격도 없는 아들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키려 뇌물을 바쳤다고도 한다.

버젓해 보이는 인간쓰레기보다야 두꺼비같은 손으로 자식을 먹이고 입힌 저 아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숙연해지는 이유이다.

섬에는 특산물인 삼치, 갈치외에도 쫌스런 인간밴댕이들도 많지만 가끔은 정직한 삶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숭고한 분들도 있다. 어느 목사는 교회 설교중에 지금 이 교회밖에 하나님이 더 사랑하시는 자식들이 있다고도

하였고 고명하신 스님 역시 부처는 저 밖에 있다고도 하셨다는데 뜻밖에 신을 닮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얼마나 정화시키는지 모른 채 가장 낮은 곳에서 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