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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만의 결혼


BY 불량주부 2013-06-15

친정과 시댁과의 거리는 고개 하나만 넘어면 된다.

남편은 초등학교 두해 선배이다.

나는 남편과 만난지 21일만에 결혼을 했다. 그것도 21일 기간 중 만남의 횟수는 다섯 번,

그리고 결혼식장이 여섯번째 만남의 장소였다.

첫 번째 만남

1989년 4월 2일 일요일 남편과의 맞선 보는 날이였다.

내 나이 스무일곱

나는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스무두살 때부터 맞선을 보려 다녔다.

아버지의 딸자식 결혼 철학은 “장남 아니면 무조건 다~~돼”

내가 좋으면 그쪽에서 싫어했고, 그쪽에서 좋으면 내가 싫고........

나이는 싫고 좋고를 반복하면서 한 살 두 살 먹어 갔다.

그러던 세월이 오년을 넘기고 89년 그해 봄

색다른 또 한 건의 맞선이 들어왔다.

맞선남의 기초 이력 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근무처, 사는 동네, 초등학교 두해 선배이며, 홀시어머니에, 4남1녀 중 막내

세월이 많이 지나버렸지만 어럼푸시 떠오르는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 앞을 지나 다니던

빡빡머리에 땡글한 눈을 가진 그 남자 ........

맞선남은 술을 한잔 했는지 아니면 운동경기를 하다 왔는지 얼굴색 위로 불그스럼함이 입혀져 있었다.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깡마른 체격에 단발머리 비슷한 헤어스타일

이건 분명 아닌데............

그의 어머니는 맞선자리에 일명 몸빼 바지를 입고 나타나셨고, 찻값이 아깝다며,

차도 한잔 안 마시고는 자리를 일어나 다방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 남자 보다 분명 한 수 위였다.

차 한잔을 순식간에 마시고 우리도 찻집을 나왔고.........

그 남자는 동창회를 하다 왔기 때문에 다시 학교로 가야 한다고 했으며. 맞선은 30분에 끝이 났다.

두 번째 만남

맞선 본지 4일 되는 날

아침시간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고, 그쪽에서 혹시나 연락 오면 당신께서 알아볼 만큼 알아 봤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날 오후

약속이나 한 것 처럼 그 남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찻집, 식당, 호프집 그리고 시내버스 정류장....

그 곳에서 그 남자는 오늘 저녁 형님께 결혼여부를 알려 주어야 한다고 말 하였다.

아침에 아버지로부터 알아볼 만큼 알아 봤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씀은 들었지만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였다.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아버지의 거침없는 대답. “결혼 한다고 말해라” 뚜뚜뚜............................

세 번째 만남

맞선 본지 7일 되는 날

상견례 겸 혼수를 준비하기 위해 양가 가족이 모이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만나 이것 저것 준비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예비 사돈이 된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셨고

둘만의 나눌 이야기도 있다면서 그 남자와 나는 인근지역 바닷가로 갔었고,

그 남자는 “셋째 형수 만큼은 해야한다” 는 부탁 아닌 명령 같은 말을 해었다.

형제들의 우애가 내 손에 달렸다며 무거운 짐을 짊어 주었다.

네 번째 만남

맞선본지 15일

신혼살림에 필요한 가전제품과 장롱 등을 구입하기 위하여 나는 아버지랑 함께 그 남자를 만났다.

아버지는 지금도 스케일이 크시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최고, 최고

그때 당시 아버지의 기분은 앓던 이 뽑아 버린 기분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섯 번째 만남

맞선 본지 20일 결혼 전날

예물을 찾아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 남자는 친구들과 댕기풀이를 하려 간다고 했다.

여섯 번째 만남

맞선 본지 21일 되는날 오전 열한시 결혼식장

우리는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만났다.

그 남자는 어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얼굴색에 촌빨이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 있었다.

비몽사몽 결혼식과 피로연이 끝났다.

제주공항 도착

탑승자는 대부분 신혼여행 오는 사람들이였다.

마중 나온 여행사에서 한 커플, 두 커플..... 데리고들 가는데 제주공항 대기실에 남은 두 사람.......

한 시간은 지난 것 같다.

기다림에 지친 신랑이 여행사에 전화를 했고, 조금 있으니 우리를 안내해 줄 사람이 나타났고..........

우리는 호텔로 안내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갑작스럽게 결혼이 결정되고, 여행사를 통한 제주도 예매가 되지 않아

그 남자의 고종형님께서 있는 빽 없는 빽을 동원하여 급조 해 주셨고

그러다 보니 여행사와 진행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거였다.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하지만 중매로 만난 우리 두 사람은 호텔방에서 조차 말이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2010년의 서울?(대한민국?)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함께 본 기억이 난다.

드라마 내용이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 남자들이 여자들이 모자라 국내 결혼이 어려워 국외 결혼을 하는 내용이였다.

그때만 해도 저건 단지 드라마 일뿐..........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때 그 드라마를 쓴 작가님이 어느 분인지........선견지명이 있으시고

나는 그 분을 찾아 뵐 수만 있다면 앞으로 나의 운명, 삶을 여쭤보고 싶다.

21일만에 두 남녀가 5번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지금은 남들이 살아가는 것 처럼

무수한 부부싸움과 당신 없으면 못산다 라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가면서

속고 속히면서 24년을 살았다.

매년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 나는 마음이 조급해 진다.

혹시나 이 남자가 날짜도 잊어버리고 그냥 넘기나 싶어......

달력에 표시까지 해두지만 이 남자는 매년 외친다.\" 결혼기념일이 뭔데, 니만 결혼했나, 내도 했다\"

요즘 갱년기 우울증이 스멸스멸 나에게로 접근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좋았고, 행복했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서운했던일, 가슴아프게 만들었던 일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번 들어 보지 못하고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남편과의 결혼을 선택한 내가 누구를 원망하리

어리석은 여자야..........남자 보는 눈이 그리도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