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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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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중


BY 새우초밥 2013-06-14

 

 

 

    새벽부터 내리는 빗소리 때문인지 일찍 일어났지만 또 잠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겨우 7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랄까,

    어린시절 시골에 있을때 아는 분의 복숭아 과수원안 한쪽 구석에 세워진 원두막 안에서

    최대한 편안자세로 누워있을때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들이 빠르게 흘러가고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달콤한 설탈을 먹는 것처럼 느껴지던 바람을 어제 목요일 아침에

    잠깐 느꼈다.

    한달 가깝게 진행되었던 아파트 전체에 새롭게 페인트칠을 하는 일이 끝났는지

    여기저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작업 도구를 챙기기에 바쁘다.

    마침 집안 모 처에 실리콘을 사용할 일이 있기에 실리콘은 구입해야했지만 실리콘을

    주입하는 총모양의 그 도구는 그분들에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베란다창을 청소하는

    사람에게 여쭤보았지만 그분은 말못하는 장애인이였다.

    할 수 없이 내가 시장으로 내려가서 이른 아침에 철물점에서 2개를 4천원에 구입,

    집으로 올라오는데 어느 벽에 이런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그녀를 찾습니다\"

 

    그녀? 사람으로 착각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이쁜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주인이 강아지를 잃어버린 상심함에 찾고 싶은 마음으로 벽보에

    그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붙여놓았던것이다.

 

        *특징..방울 토마토를 좋아합니다 *

 

    너무 재미있는 강아지다.

    요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이 사람들이 주는 많은 음식들을 먹는다지만 방울 토마토까지..

    그날 어머니는 초등학교에서 밥 배식하고 남아도는 반찬을 항상 가지고 오시는데

    어제는 감자탕과 방울 토마토을 가져 오셨다.

 

        \"제수씨 어머니는 결과가 나온것 같은데..\"

        \"췌장암이란다...몇기인지는 모르고..\"

 

   역시 제수씨 어머니 병명은 불행이도 췌장암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둘째 조카가 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기에 어제 오후 제수씨가 집으로

   첫째 조카의 옷이며 장난감,책.약을 챙겨서 올라오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 때문에 힘든데

   호박찜이며 조개죽까지 가져 온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췌장암 치료를 위하여 서울의 유명한 병원으로 올라가신다는데 제수씨는 올라가지 못하고

   아들이 곁에 있어준다고 하니까 안심이 되는것 같았다.

   중학생시절 할아버지가 시골에서 갑자기 무슨 일로 우리집으로 오셨을때

   그때 내가 방학이였기에 할아버지를 간병해드렸고 시골에서 무슨 일 때문에 드셨던

   황산이 위장을 좋지 않게 만들었는지 한달뒤 퇴원하시면서 그만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을 알고 있기에

   쉽게 행복하다는 표현을 하지도 못한다.

  

   오후 4시에 조카가 유치원차에서 내린다고 했다.

   그 시간이면 제수씨가 아들을 마중나가야 하지만 어제는 내가 처음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중에 한명이 병원에 입원하면 우리집에 아이를 맡기는데 그때 항상 어머니가 나가지만

   어제는 내가 나가는데 문득 학창시절 아버지 마중나가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 예전 철강회사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3교대가 끝나면 출퇴근 버스를 타고 특정 장소에 내리시면

   집까지 10분동안 걸어오시는데 비가 내리는날이면 항상 큰 아들인 내가 우산 가지고 마중 간다.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 않는 그저 옷을 살짝 적시는날에도 우산을 가지고 나가면

   아버지는 아들이 우산을 가지고 나온것을 보면 수고했다는 말 대신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혼자 집으로 걸어가신다.

   난 그러고 보니 한번도 기분좋게 마중을 나가고 맞이한적이 없다.

   당신 아들이 우산을 가지고 나왔으면 이쁘지 않을까.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아들인 나의 마음은 얼마나 서운할지 아버지는 모른다.

   이슬비에 젖은 옷을 거실에 걸어놓고는 안방으로 들어갈뿐이니까.

   아버지에게 느끼는 사랑이란 생각해보면 별로 없다.

 

   마트 앞에서 조카를 기다리다 보니 유치원 차가 올라오는것이 보인다.

   조카 가방을 들춰매고 손을 잡고 올라오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나의 어린시절 비오는날 어머니가 마중나온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나혼자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하는 일이라면 연탄가는 일이다.

   지금의 나의 조카에게 해주는식으로 사랑을 보여주는것도 아닌데...

 

       \"오늘은 뭐했니?

       \"재미있는 놀이했어요..\"

       \"무슨 놀이?\"

 

   조카 마중나가서 집으로 올라오는 시간동안 유치원에서 뭐했는지 궁금하기에 이것저것

   질문하지만 조카는 기억이나지 않는다면서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린다.

  

      \"집에 올라가면 방울 토마토가 있고.....\"

 

   편식없이 과일이던 반찬이던지 뭐던지 잘먹는 조카다.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4세의 나이에 자주 병원에 입원하고 가끔은 여동생 때문에

   엄마를 여동생곁에 보내놓고는 혼자 지내는날이 많다보니 이제는 애가 철이 들었는지

   어머니 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면 항상 한다는 말이 엄마 언제와요가 아는 엄마 힘들죠

   이말이고 여동생이 비치면 서로 떨어져서 애틋한 마음이 드는지 떨어질줄 모른다.

 

       \"준우야 방울 토마토하고 수박하고 고구마줄까?\"

 

   마침 여동생이 가져 온 고구마가 미리 삶아져있다.

   넓은 그릇에 이 3가지를 넣고 조개죽까지 챙겨주니 조개죽만 제외하고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또 비가 내릴려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맻히는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