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가운 전화였다.
정말 뜬금없는 전화.
\"언니....그 땐 제가 잘 몰라서 인사도 못했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 부모님 20년 가까이 모셔주신 것도 그렇고 저 시집갈 때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이바지 음식 바리바리 해 주셔서 정말 고마와요.
제가 시집가서 시누이 시집 보내보니까 언니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알겠어요.
늦었지만 정말 고마워요. 언니 고마워요.
진심입니다.\"
그저께 걸려 온 큰 시누이의 전화내용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난 그저 사는 모양 그대로 사는데
갑자기 시누이가 철 든 소리(?)를 하며 나더러 고맙다고..감사하다고 그랬다.
애들 키우며 살아보니까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사는게 만만하지가 않더라며
말없이 그 일을 해 준 내가 고맙고 시집 갈 때 이런저런 큰 일을 다 감당해 준 내가 고맙단다.
오빠야 자기 핏줄이니 그렇다치고 올케인 내가 그렇게 해 준게 참 고맙게 느껴지더란다.
갑자기.
전에도 지나가는 말로 고맙다는 말은 흘렸지만
진심이란 말을 강조하며 몇번이나 고맙다고 하는 시누이가 귀엽기까지 했다.
\"언니~저는 살아보니까 맘 먹은데로 잘 안되던데 언니 어떻게 다 해 주셨어요?\"
2년 가까이 못 본 사이 시누이가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왜 갑자기 종이 비행기를 이렇게 대형으로 날리는거야?ㅎㅎ\"
별로 나쁜 기분은 아니라 나도 농담처럼 받아줬다.
\"그게 아니라 언니~\"
언니 소리를 연발하며 고맙다는데야 .....
전화 한 시누이는 남편 아래로 남동생이 한명 더 있고 그 아래 여동생이 둘인데 큰 여동생이다.
서른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가 ,안 간게 아니라 못 갔다며 놀렸었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수월한 신랑 만나 시집만 잘갔다.
남편은 교육공무원에 시골에 어른들 농사까지 넉넉해서 때 맞춰 철따라 곡식들이 날아들어~
어른들이 집값 비싸다는 울산에 아파트 사줘~
늦게 가도 시집만 잘갔다.
아를 딸 하나씩 낳고 늦깍이 대학공부까지 하면서.
그런 시누인데 나도 시누이 간섭받는 것이 싫지만 시누이도 특별히 날 미워할 이유가 없기에
그냥 저냥 편하게 잘 지낸 편이다.
나도 일부러 살갑게 아가씨 아가씨 그러지도 않았고 시누이도 별스럽게 언니~언니~하면서
자주 전화하고 소식 주고 받지도 않았다.
명절 때나 집안에 일이 있을 때 만나는 정도?
특별한 것이 있으면 가끔 택배로 보내주는 친절 정도쯤?
그냥 덤덤한 사이였다.
그런 시누이가 뜬금없이 언니~ 언니~를 연발하며 고맙다는데 적응이 안된다.
오빠(내 남편)나 나한테 아쉬운 소리 할만큼 어렵지도 않은 시누이다.
정말로 철이 든 걸까?
계산없이 며느리 도리랍시고 어른들을 20년 가까이 옆에서 모신게 정말로 고마운거였는지....
시누이 시집갈 때 다른 형제들보다 축금을 배로 많이 해 준게 고마웠을까?
바쁜 내 직장일을 뒤로 하고 이바지 음식 해 준게 시누이 시댁에서는 두고두고 화제였다니
그 일로 시누이는 시댁에서 으쓱해 졌다는 후문이다.
십년이 더 넘은 일인데 새삼스럽게.
언젠가 꼭 근사한 식사대접을 한다기에
\"요즘 택배 잘 되던데 바쁜데 뭘 만나기 씩이나 하려고~~ㅋㅋㅋ\"
웃으면서 한마디 했더니 잘 웃는 시누이가 깔깔깔 넘어간다.
\"그래도 언니 얼굴이라도 한번 보면서 고마움을 전해야지요.
곧 여름인데 고생하시겠어요.
언니 수고 많으십니다. 오빠가 장가는 진짜 잘 갔다고 온 집안 사람들이 다 그래요.\"
\"방금 그 소리는 우리 동네 이장님댁 마이크 빌려서 크게 해 줄래?\"
\"푸하하하하하...언니 고마워요.\"
기분 좋은 전화 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