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한참동안 tv를 시청하다가 습관처럼 왼쪽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누가 하얀 풍선들을 전부 가져갔는지 작은 구름 한 점도 보이지 않기에 그래도 봄인데
조각구름 하나만이라도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있을때 어디에선가 나타난
비행기 한 대가 멀리 날아가면서 하얀 선 하나를 그리면서 날아가는데 아마도 그쪽은
바다쪽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어제 부산 지방뉴스에서 화면으로 보이는 광안리 바닷가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여름의 피서철을 보여주는것 같다.
나는 피서철에 한번도 광안리 바닷가에 나가지 않았는데 여자의 푸근한 마음처럼 느껴지는
광안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웬지 모르게 마음이 하늘로 떠돌아가는 연처럼 느껴진다.
월요일,
주말 보내고 투석하기 위하여 병원가는날인데 지하철 4코스 7분동안 달리다보면
내가 내리는 광안역에 도착하기 몇분전에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파도소리에
어느 소설가의 책 제목이 문득 생각나는데 도착전 나는 머리속으로 숫자 1부터 10까지
천천히 외운다.
아마도 4년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일주일에 3번 외우는척하지 않지만 하루 정도는 숫자를
외우는데 내 머리가 아직까지는 쓸모있는가 보다 싶은 생각에 그래도 치매는 오지 않겠지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하고 꽃놀이를 하면서 한때는 치매를 예방했던적이 있었다.
사실 치매 예방보다는 어머니의 취미생활이였기에 아버지는 저녁 밥 할 시간에 마춰서
집에 오면 아무런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tv를 시청하는데 의학프로에서 숫자를 하나씩 외우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어느 대학병원의
교수가 말씀하는것을 보면서 옆에서 같이 tv를 시청하던 어머니에게 그보세요 내가 하는
방법이 맞죠라고 위세를 세우던적이 있었다.
TV를 시청하면서 어떤 단막극에서 유명한 노년의 배우는 치매 연기를 얼마나 맞깔스럽게 하는지
내 어머니도 나중에 연세가 더 들어서 저분처럼 치매 걸려서 집안 사람들에게 걱정을 보이면
안되는데 싶은 어느 단막극장에 출연하신 충청도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자꾸만 숫자를 외웠다.
집 앞에서 일하다가 방송국 사람들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할머니는
집에 들어갔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귀여운 치매 초기 증상이였던 그분의 생활을 보면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기계처럼 기름을 주입하지 않기에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 자신을 잊어버리는것을 모르기에
언제 어디서 주저앉아 울고 있을지 모른다.
할머니 생각이 난다.
큰 손자였던 나를 데리고 할머니는 당신의 외가쪽으로 얼마나 자주 데리고 다녔는지
할머니 영향을 받아서 여행하는것을 취미가 되어버린 젊은 시절이 있었다.
중학생시절 창창하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는 왜 무슨 일로 그리고
이유가 있을것인데 사람들은 치매가 왔다는 말들은 하지 않았지만 한 순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그나마 다행인것이 이 손자 앞에서 즐겁게 웃으면서
자상하게 살았지만 때로는 당신의 자식들에게는 불처럼 호령하시던 할머니셨는데
TV 안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가끔은 눈물이 흘러나올때가 있다.
나의 조카들에게 나의 엄마는 조카들에게 과연 어떤 할머니로 비춰질지 항상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조카들은 큰방에서 잠드신 어머니에게 먼저 달려가는데
엄마는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손자들을 위하요 포기하고 같이 놀이를 하는데 조카들은 할머니가 얼마나 아픈것을 알고 있는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8년동안 누워있을때 엄마는 여자의 몸으로 침대에서 그 무서운 아버지를
한번에 일으켜 세우시고 했지만 결국에는 몸이 좋지 않았다.
\"준우하고 나원이가 중학생이 되면 난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할것인데...\'
어머니 또래의 어머님들보다 우리집은 손자보는것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 모임에 참석하시면 한참 손자 자랑하는 기쁨으로 살아가시는데
사랑을 하여도 일찍하는것이 좋고 손자보는것도 일찍 보는것이 인생의 낙이기에
조카들이 나이 들어가는것을 보면서 요즘 들어서 조카들이 중학생이 되는 그때까지는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하시는 어머니다.
그나마 치매끼는 없기에 조카들이 할머니에게 재롱을 피워서 기쁨을 드리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것이 조금은 아쉬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