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폭염이 이어져 작물이 바작바작 타들어가더니 이젠 매일이 물바다네유.
지 밭은 예상대로 물이 고이느만유.
때를 놓쳐 심을 게 없어 서리태콩만 잔뜩 심었는디 낮은 쪽에 심어진 콩들이 잠겨 있어유.
비가 올 때마다 요랬어유.
그러더니 나중엔 이렇게 되드만유.
마음이 타들어 가는만유.
폭염에도 타들어가고 쏟아지는 비에도 타들어가고.
둑도 내려앉았어유.
내려앉으면서 갈라진 틈들이 차광막 사이사이로 보이더만유.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시에 민원을 냈시유.
실사도 안하고 문제가 있는 상태로 준공검사 내준 것을 책임지라 말여유.
그렸더니 실사를 했다나유?
실사를 했다면 눈 뜬 장님이었다는 거 아녀유.
논산시는 두 눈 크게 뜨고 확인해야 하는 부서에 눈 뜬 장님을 앉혔다는 거 아녀유.
어이가 없드만유.
매도인은 전화를 안 받고 시청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지가 민원을 냈더니 실사나온다고 전화가 왔기에 약속을 정하고 현장에서 만났지 않겄어유?
근디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미리 와서 배수가 안 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거여유.
그러면서 매도인헌티 해달라 하래유.
아니면 지한티 다시 손대라느만유.
그리고는 지들은 쏙 빠지겠다 이거여유.
일은 지들이 만들어놓고 책임은 못지겄다 이거여유.
한심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분통도 터지고.
논산시 공무원들이 왜 죄 그 모양이진 모르겄더라구유.
위에서 슬렁슬렁 넘어가니께 그런 거여유.
지도 이곳 충청도에서 교편생활 하면서 수없이 겪은 일이니께 낯설지는 않았어유.
수업을 안 들어가는 선생들이 종종 있는디도유 직원회의 시간에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수업 꼭꼭 챙겨 들어가라는 말만 하고 말아유.
그러니 씨알이 맥히겄어유.
눈 하나 끔뻑이지 않는구만유.
찔끔도 안 혀유.
그걸 수도 없이 봤는디 여기서도 그러느만유?
그려 지가 다시 감사원국민신문고에 다시 민원을 냈어유.
가라앉으려던 노기가 다시 치밀어오르더라구유.
부동산도 논산시 공무원들도 매도인측도 한꺼번에 쳐단하고 싶다는 생각이 다가오드만유.
내용증명, 공문, 전자민원 냈던 인터넷 화면 캡쳐한 거, 사진 자료, 항공사진 및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등등을 엮어서 70여 페이지로 작성혔어유.
그리고는 비리 및 업무소홀(실사를 소홀히 하고 준공검사 내준 부분), 사기죄 미수(인터넷 뒤져보니께 그런 게 있더라구유.),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부동산 측의 그릇된 중개 등등 5개 항목으로 따져 물었어유.
그리고는 다시 기다렸어유.
기다리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구만유.
해마다 내는 이런저런 세금이 아까워 죽겄어유.
대한민국 국민들 참 너그러워유.
세금 내서 공무원들 먹여 살려주고 이래저래 당하고.
그래도 화낼 줄 모르고.
이렇게 착해도 되는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