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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관에 맞장뜨다(32) -때늦은 작물 재배-


BY 한이안 2013-05-11

 

심고자 혔던 땅콩은 소유권이전이 늦어지는 바람에 직파헐 시기를 놓쳐버렸시유.

날은 또 왜 그리 비가 야박헌지. 땅이 가뭄으로 메마르구만유.

모처럼 비가 온다허구 그 날이 마침 논산장날이라 아침을 먹고 바로 장으로 나섰시유.

모판에 땅콩모가 쬐금 보이는디 값이 비싸네유.

그려도 애초에 심고자 혔던 작물이라 만원에 50포기를 샀어유. 고구만 순도 사고, 쌈채들 모종도 사고, 토마토와 참외 모종 등을 사서 밭으로 향했시유.

비가 내리는디 쇠스랑으로 겨우 둑을 만들고 혀서 사온 모종을 죄 심었어유.

 


비를 맞으며 일을 허고 있으니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날궂이헌다고 그려유.

그려도 어쩌겄어유. 모처럼 내리는 비인데 감지덕지허면서 심어야지유.

비로 땅은 축축혔시유. 때맞춰 잘 내려줬구만유.

근디 딱 한나절이었시유. 그 한나절 내리고는 끝났시유.

다음 날부터 하늘에 해가 동동허니 따끈따끈혀유.

밭의 물기도 사라지고 흙이 버석버석혀져가유.

지가 심은 작물이 뿌리를 잡지도 못혔는디 말여유.

마음이 타들어가더만유. 그려 이제나저제나 하다가 큰 통을 여나믄 개 샀어유.

그리고는 아파트 단지 내의 지하수를 받아다가 물을 주기 시작혔어유.

그리 혀서라도 살려야지유.

 


그렸더니 작물들이 시들어 죽지 않고 뿌리를 잡어가유.

때글때글헌 흙도 호미로 두드려 바숴줬어유.

그렸더니 지나가면서 다들 한마디씩 하고 가유.

그러고 있는 지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여유.

 

생강도 시장에서 파는 여자 말만 듣고 덥썩 사다 심었지 않았겄어유?

그렸더니 그것도 한마디씩 혀유.

늦었다느니, 짚을 가져다 덮어주라느니 등등등 말여유.

근디 그런 말보다도 그려 한 번 시험 삼아 혀봐 하는 말이 제일 맘에 들더라구유.

지도 시험 삼아 보기로 혔어유.

달리 방법이 없잖여유. 이미 조각조각 잘라서 흙에 묻었으니 말여유.

그러면서 아버지 삶을 되돌아보게 되느만유.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힘겨운 시절을 보내셨어유.

게다가 일찍 할머니할아버지를 여의셨구유.

배운 것이 없으시니 평생 농사꾼으로 사셨지유.

그 아버지의 삶이 가깝게 느껴지더만유.

고마움도 새록새록 들구유.

어쨌든 지 밭엔 작물들이 자라가고 있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