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당 지인에게서 카톡이 들어왔다
오늘 성당 노인대학 음식 봉사가 있는데 자기가 일이 생겨
못 갈 것 같으니 나보고 대신 가주었으면 한다는....
마침 특별한 일이 없어 집에 있으니 가도 될 것 같아
승낙을 하고 아침 9:30까지 성당 2층 주방으로 갔다
벌써 대여섯명의 봉사자가 나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다른 봉사는 해봤지만 많은 인원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일은 처음인지라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가만 보니 봉사자 중에 음식을 만드는 대장이 있는지
대체로 그 분의 지시에 따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쑥튀김, 장조림, 묵은지 된장국, 참나물무침과
멸치꽈리고추볶음이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배식대에 놓여지고 시간이 되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쭈욱 줄을 서 식사 배식을 받으셨다
따뜻한 밥과 국을 비롯한 반찬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비록 몸은 힘들어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성당을 다니면서 우리 성당에서 이렇듯 많은 노인분들이
계시는지도 몰랐는데 참으로 노년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는 걸 절감할 수 있었다
문득 음식을 만들면서 아컴에 향기님이 생각났다
가끔 음식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기에 그 글들을 읽으면서
\'와, 대단한 양반일세!\'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런데 사실 더 큰 일은 나중에 설겆이였다
100여 명에 달하는 분들이 드신 그릇을 싱크대에서 씻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이 들었다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오는 그릇들을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깨끗이 씻어 놓으면 한쪽에서는 그걸 가져다 행주로
닦는다 고무장갑도 안 끼고 그릇들을 닦고나니 손이 다
뻣뻣해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남편의 점심까지 챙겨주고 나서
소파에 잠깐 누워 있는다는 게 그만 잠이 들었다
남편이 종합소득세 신고 컴퓨터로 하는 걸 도와 달라고 했는데....
아마도 안 하던 힘든 일을 하려니 체력적으로 감당이
안 됐나 보다
그래도 처음으로 해 본 음식봉사에 뿌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