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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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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뵈니....


BY 시냇물 2013-05-08

 

어버이날을 하루 당겨 어제 원주에 계신 친정엄마를

 

뵈러 아침부터 서둘러 내려갔다

 

근 반년씩이나 전화로 안부만 물었을 뿐, 찾아 뵙지를

 

못하니 미안함과 보고픔이 한꺼번에 밀려오는지라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레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친정에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게 날아갈 듯 설렘이 가득하다

 

아직 엄마가 계신 탓인가?

 

원주터미널에 내리니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카톨릭센터에서 공부(?)를 하시는 날이라

 

그곳으로 엄마를 모시러 가야 한단다

 

올해 연세가 80이신데 모시러 가면서 언니 얘기를 들으니

 

월~목요일까지 엄마의 스케줄이 꽉 짜여 있다길래

 

그 열정이 놀랍기만 하였다

 

우선 월요일엔 노래교실, 화요일엔 카톨릭센터에서 아침9시부터

 

오후3시까지 성경과 노래, 체조교실에서 수업을 받으신단다

 

수요일엔 일본어를 배우시고, 목요일엔 성당 모임엘

 

나가신다니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아파트에 혼자 계시면 괜히 우울증이나 올텐데

 

그래도 당신이 직접 찾아 다니면서 배울 것을 결정하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을 뵈니 무척 다행이었다

 

몇 년 전 갑작스런 뇌혈관 질환으로 말씀도 못하셨을 때를

 

떠올리면 의술의 발달이 고맙기만 하다

 

마침 남동생까지 내려 왔길래 엄마를 모시고 언니가

 

미리 예약해 놓은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즐겁게

 

먹고 경치 좋은 정원으로 내려가 나무그늘 밑 의자에

 

앉아 오랜만에 정담을 나누니 모두가 흐뭇한 마음이었다

 

내가 가져간 오카리나로 \"어머니 은혜\"를 불어 드리니

 

엄마는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시기까지 하신다

 

그동안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시는 듯 하여 남동생과 우리는 엄마 때문에 웃었다

 

이런 엄마를 보면서 행복은 그야말로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이런저런 취미도 없이 그저 집에 혼자 계시면서

 

우울증이라도 오면 자식들 입장에서도 힘이 들었을텐데

 

당신이 즐겁게 사시는 걸 몸소 보여 주시니

 

이제 나이를 먹어 가는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형제들을 만나 얘기 보따리가

 

풀어지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집으로 올라와야 할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엄마, 저희들 곁에 계셔 주시어 감사 드려요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지내주셔요

 

사랑합니다 *^^*\'

 


(엄마와 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남동생이 찍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