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쁘다.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도망치다가 다시 온다.
바삭거리는 햇살놀이를 하다가 딸이 부탁한 신발을 사려고 매장에 들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는데 모두 퇴짜다~
다시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중에
나의 발걸음이 숙녀복 코너로 옮겨진다.
나풀거리는 원피스도 입고 싶고,
쉬크한 정장도 입고 싶은데 지갑이 너무 가뿐하다.
그러던 중 나의 두 눈에 포착이 된 곳은
내가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가 세일을 하는 곳이렸다.
마음에 들어서 가격표를 보면 세일을 했는데도 비싼 걸 어쩌누?
옷값이 왜 이리 비싼 거야?
고르고 골라서 바지를 입어보니 핏이 살아있다.
그런데 55 사이즈는 맞긴 한데 종아리 부분이 조금 끼인다.
앗! 나의 각선미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ㅠㅠ
66을 입으니 허리는 좀 여유있고 종아리는 날렵하게 이쁘다.
이상하다 옷이 여유있게 나왓나보다..ㅋ
살까 말까 망설이는데 역시나 “고객님 참 잘 어울리십니다~”
이 한 마디에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일이라 가격도 착한 편이고 디자인도 맘에 드니 결제한 것이지
결코 판매원의 말 한마디로 결제 한 것은 아니라고
왜 강조하는지....
바지 하나로 아침에 지끈거렸던 두통도 괜시리 우울햇던 마음도
싸악 달아났다.
다행이다.
딸은 내가 보내준 사진에서 비싼 운동화는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다고 하면서
가장 심플한 캔버스화를 사란다.
좀 다양하게 신어도 될 것을 꼭 자기 맘에 들어야 결정을 하는 게 우리 딸이다.
그런면에선 나와 다르다.
난 세일해서 가격이 괜찮다 싶으면 디자인이 조금 과감에도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시도를 해보는데...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주위의 반응이 뜨거우면 얼마나 기분이 업되는데 말이다.
딸 덕분에 내가 산 바지가 쪼이는 살림에 덜 미안하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오늘 산 바지를 입고 어디를 갈까나.
마음은 벌써 봄 너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