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호승님의 시다.
운주사 와불님을 뵈 옵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줄 알아라...
얼마나 멋있는 시인가. 나는 그를 빌어 마음을 많이 날려보냈다.
그리운 심정을 보냈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셨고 필름이 자주 끊겼다.
인생은 나에게 술을 많이 사줬다.
내가 마셨다. 어제도 그제도 어제 낮에도 어제 밤에도 주야 장천 마셨고 마셨다.
술이 없으면 내가 어찌 살았을까? 고맙다 인생아. 고맙다 술아.
나는 인생을 탓하지 않는다. 이별과 가난,실패 모두 내 탓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내 책임이다.
가수 안치환이 기가막히게 곡을 붙여서 술을 마실때마다 이 시를 읊조린다.
술맛이 더 나고 시의 맛이 더 난다. 이 핑게로 나는 술을 더 마신다.
술술 넘어간다.지난날도 반성한다. 그래서 좀 더 큰다.
주머니에 몇푼 남아 있는 날까지 마시리라. 그리고 사라지리라
어디론가 멀리 멀리 훨훨 날아서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