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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온 남산!


BY 달꽃 2013-03-13

16년 만에 온 남산!

 

3월 10일 일요일 아침. 갈모봉을 갈까남산을 갈까? 1시간만 운동을 하고 오려면? 그날의 첫 선택을 받은 남산을 향했다. 830남산입구에는 아무도 없어 주인공이 되었다. 뒤로 걷기를 좋아해 뒤로 걸을까? 바로 갈까? 차밭오르막으로 갈까망설이다 오르막을 가자는 마음소리를 듣고 천천히 올랐다.

 아직도 낙엽이 계단아래서. 옆에서 가을자취를 풍기고 있었다.  조금 오르니 오른쪽 쉼터의자를 모두 토막내 쌓아두었다. 가끔 보면 전날 밤에 술을 먹은 뒤 치우지 않고 엉망인 채로 있어 몇 번 치운 적이 있는데 그 꼴을 안 보려고 남사모에서 치우나더 좋은 의자를 놓으려고? 상상을 하며 숨을 고르는데  \"저기 16년 만에 왔더니 남산이 완전히 달라져 모르겠는데 언제 이렇게 만들었나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보니 고우신 할머니가 상기 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릴 때 남산에 밭이 있어 엄마랑 오면 엄마는 밭을 매고 나는 놀았지. 그땐 나무와 풀이 무성하고 숲이 깊어 혼자는 무서웠는데 이렇게 멋진 공원이 되었네\" 하시는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 16년 전에요. 12년 전에 이사를 왔으니 잘은 모르겠고 남산은 매년 조금씩 사랑을 먹고, 관심을 받고, 관리를 해서 고성에서 인기가 최고예요. 운동가는 길인데 제가 안내해드릴까요? 오셨는데 다보고 가셔요\" 하니 젊은 사람이 인상도 좋고 친절하다며 딸에게 전화로 좀 더 보고 갈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놀이터를 지날 때는 엄마가 보고파 한참이나 울었다고 하셨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나에게도 짜르르 전해져 콧등이 시큰거렸다.

목련동산. 맨발코스를 지나 문학 동산 앞 안내판을 보고 현 위치와 풍경을 설명하니 바다를 볼 수 있냐며 놀라워 하셨다. 앙상한 개나리가지에서 싹을 올리는 기운을 느끼며 남산정으로 갔다.

 분당에서 오신 할머니는 69, 삼산면에 엄마무덤이 있어 왔는데 어제 고성서 자고 오늘 삼산면에 가신다며 자신의 맺힌 과거를 줄줄 꺼내놓으셨다.

올케가 무서워 큰소리 한번 못 낸 착한엄마. 41세에 8남매를 두고 돌아가신 아버지, 무서운 큰오빠, 사이가 안 좋은 조카들, 삼산면에서 제일 부자였는데 재산을 다 말아먹은 올케. 할머니의 사연이 눈물이 되자 아침햇살이 다독여주었다.

남산정에 도착하니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우린 야호를 외치고 할머닌 바다를 보며 \"장날엔 삼산면에서 엄마랑 걸어서 고성에 와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했다며 삼산면 쪽을 한참이나 보셨다.

운동기구는 생략하고 솟대 길을 지나 사슴농장에 도착하니 더 좋아하셨다. 얘들을 보니 소 몰던 생각이 난다는 할머니를 위해 \"매기의 추억과 비목\"을 불렀는데 내가 눈물이 났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향수를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초등학교만 나온 할머닌 대학 나온 남편을 만나 몇 년 전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가곡은 모르지만 가요를 잘한다며 답가로 트로트를 신나게 부르셨다. 언제 왔는지 사슴과 토끼가 눈을 깜박이며 박수대신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동생이다! 할머니는 전화번호를 주며 속말을 다해 가슴이 후련하다며 동생을 만나 정말 좋다며 일정을 알려주셨다. 기념사진도 찍고 담에 고성 오면 맛있는 것 사먹자며 어깨동무를 하셨다.

 딸이 사준 스마트 폰으로 내 번호를 누르니 이모번호가 찍히며 내 폰이 울렸다. 우린 분당이모, 고성동생이 되었고 남산입구에서 다시 한 번 찐한 포옹을 하고 손을 흔들며 이별을 했다. \"고성동생 고마워. 정말 고마워. 연락할께. 내가 복도 많아.\" 먼저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셨다. 1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보석 같은 아침이었다.

\"따님과 좋은 시간 가지시고 늘 행복하세요. 16년 전 남산은 아니지만 이모님 추억과 향수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남산이 있잖아요.\" 라는 문자와 사진을 휘리릭 보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동요를 부르며 내려오는 발걸음은 봄처럼 통통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