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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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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담다!!


BY 시냇물 2013-02-20

 

월요일(2/18일)에 장을 담갔다

지난 가을에 지인이 농사지은 콩으로 쑨 메주를 사서

햇볕 잘 드는 옥상에 달아놓고 말린 다음

설되기 전에 따뜻한 주방에 들여 놓고 박스에 넣어

이불까지 덮어 놓고 띄우며 나름대로 정성을 들였다

 

지인도 직접 장을 담가 보기는 얼마 안 되었지만

자기 경험을 내게 전수해 주느라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해주어 그걸 꼼꼼히 다 받아 적어 두었다

 

게다가 장은 손없는 날에 담가야 한다길래

알려주는 날짜를 꼭 맞춰서 18일에 담근 것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된장, 간장은 사서 먹는 건줄 알았지

직접 담글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지인에게서 자기도 처음 담가 봤는데 맛도 좋고

무엇보다 자기가 농사지은 콩으로 담근거라  믿을 수 있어서

좋더라는 얘길 듣고 나도 직접 담가볼 생각을 한 것이다

더 나이 들면 마음만 먹다가 못하고 말 것 같애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한테 장담근다는 얘기를 하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냐며 나보고 현모양처라고 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인가?

예전 같으면 주부로서 당연한 일인데

이젠 현모양처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메주를 잘 씻어 한 3~4일 햇빛에 말렸고

장 담기 하루 전에 일년 전에 미리 간수 뺀 소금을 풀어

소금물을 만들었다 염도는 생계란을 동동 띄워

100원짜리 만하게 물위로 뜬부분이 보이면 된다하여 소금을 풀고

계란을 띄워보니 정말 물위에 동동 뜨면서

100원짜리 만한 동그라미가 생겼다

신기하기도 해라!

 

미리 물을 부어 우려 놓은 항아리도 짚을 항아리 속에서

태워 소독을 해야 한다길래 메주 묶었던 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 속에 넣으니 조금 불이 타다가는 꺼지고,꺼지고

하는지라 애를 먹었다

 

항아리를 다시 마른 행주로 깨끗이 씻어 내고는

망에 담은 메주를 먼저 넣고 소금물을 불순물이 걸러지게

체에 받혀서 항아리에 부었다

간장은 많이 빼지 않으려고 소금물은 메주가 잠길 정도로만

부었다

간장물 위에 마른 고추를 넣고 불에 빨갛게 달군 참숯을

집어 넣으니 치지직하면서 소리가 났다

통깨도 뿌려 놓고 깨끗한 유리 뚜껑을 닫으면서

\'부디 맛있는 장이 되거라!\'하는 내 바램을 담았다

 

행여 불순물이 들어갈세라 고무파킹이 달린 뚜껑을 꼭 닫고

깨끗한 행주로 항아리 몸통까지 닦으니 마치

이제 막 태어난 어린아기를 다루는 심정으로

조심스러워졌다

 

햇볕 잘 드는 옥상에서 앞으로 5,60여일 후면 메주를 걸러내고

잘 치대서 된장을 만들고, 간장까지 먹게 생겼다

과연 처음하는 된장, 간장 맛은 어떨런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나이 들면서는 이렇듯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하는 게

치매예방에도 좋다하니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올가을엔 고추장도 담가 보라고 메주를 준 지인이

벌써부터 나를 부추긴다

 

이제 진정한 주부로 거듭나는건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