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점이 있다.
먼저 신발깔창을 참으로 좋아한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소린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남편은 신발창 모으는 게 취미같이 보일 정도로 여러 가지 신발창을
골고루 가지고 있으며 또 자주 갈아 끼우며 세척하고 말리는 등 매우 꼼꼼하고 세심한 면을
보인다. 발 냄새가 심하거나 무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길거리를 가다가도
좋은 신발창이 보이면 사자고 떼를 쓴다.
동시에 양말에도 참으로 집착하는데 나의 경우 양말은 대충 구멍만 뚫리지 않고 너무 요란하지 않으면 신는 반면 남편은 발목양말 그리고 절대 검정색이 아니면 신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선물로 들어오는 양말이나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양말들은 쌓이게 마련,,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야 만다.
왜일까…….? 그는 정말 토성에서 온 남자일까...?ㅋㅋㅋㅋ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무엇이나 잔뜩 챙겨두는(?)것을 좋아하고 안심스러워 한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커피우유를 좋아하는 남편은 나의 잔소리에 매번 커피우유를 사먹는게
부담스러웠는지 언제 부터인가 우유에 커피를 섞어 타두고는 수시로 마시기 시작했다
몸에도 좋지 않은 커피를 왜 잔뜩 우유에 타서 아무도 못 먹게 하는 건데!
하고 또 한 번 잔소리를 퍼붓자 이번에는 우유에 미숫가루를 잔뜩 타서 쌓아둔다.
가방 안에는 식당에서 또는 여기저기서 샘플로 받은 휴지가 넘쳐나고 어디서 산건지 싸구려 시계며 지갑이 쌓여있다
그러나 그런 남편이지만 참으로 대견스런 구석도 많다
특히 호주에 와서 느낀 점 인데 밥을 참 잘한다는 것이다
밥물도 잘 맞추고 반찬도 제법하고…….내가 하람이 때문에 잠을 설치고 조금 늦게 일어나면
어느새 아침을 다 해놓고 학교에 간다. 어느 날은 국물이 시원한 김치찌개를... 어떤날은
불고기를 볶아놓고 없는 재료로 잡채까지 해놓는다.
삼계탕까지 끓여놓고 간다고 하면 아마 상상이 갈 것이다. 비록 가끔 삐지기도 하고
귀찮게도 하고 피곤하다고 안 씻고 자서 화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나를 잘 참아주고 견뎌주고 또 사랑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그만큼 맛있는 것 을 자주자주 해주는 남편
잘 안 씻기는 하지만 빨래를 잘 해주는 남편
바쁘긴 하지만 있는 시간만큼은 하람이와 나의 투정을 잘 받아주는 남편
배는 좀 나왔지만 잘생긴 우리 남편.
그래서 나는 우리남편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하긴 뭐 나또한 천왕성에서 온 여자 아닌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