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이 밤
갑자기 눈을 떠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방 한편에 커다란 직사각형의 창문을 살짝 두드리는 기분 좋은 빗소리
쌕쌕거리는 아들의 숨소리와도 그리고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내는 남편의
코고는 소리와도 잘 어울리는 비 내리는 밤
문득, 내가 아직은 조금의 낭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훈훈한 방공기와 조금은 낯설지만 정감 있는 빗소리는 참으로 궁합이
잘 맞는 듯하다
이 비는 아마도 겨울을 재촉할 것이다
얼마 전에 산 점퍼를 입을 수 있게 된다니 그래서 약간은 흥분도 된다.
이제 자야지
비가 오는걸 알았으니 이른 아침 마당 빨랫줄에 구슬처럼 달린 빗방울을
보고 새벽에 비가 왔었나 하는 추측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적어도 안심이다
주적주적…….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