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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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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십육일에.


BY lala47 2012-12-16

십이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이제 곧 한해가 저물 준비를 하고 있다.

올 한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병치레만 하고 만것 같아 씁쓸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살아남은 것을 감사해야겠지.

쓰다만 원고들이 내 컴퓨터 안에서 중단 된지 오래 되었다.

몸과 마음을 얼른 추스리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지.

 

폐 CT검사 결과 단순 염증으로 판정이 되어서 약만 먹으면 된다니까

한 고비는 또 넘긴 셈이다.

아들네에서 열흘간 지내고 왔다.

손녀들과 지내는 일은 즐겁긴 해도 체력이 따라주질 못해서 피곤하다.

돐을 한달 앞둔 윤하가 방실거리며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리니 그 애교를 거절 할 재간이 없다.

아이 둘 데리고 살림을 하는 며늘아이를 힘껏 도와주긴 했지만 그 또한 체력의 한계는

어쩔수가 없었다.

내가 좀 힘 있는 할머니였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대가족 제도였기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아 줄 손이 많았고 살림을 혼자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윤하를 데리고 윤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매일의 일과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생일에 아이들과 외식을 하고 촛불 켠 케잌 앞에서 윤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생일 축하합니다..

귀엽고 이쁘다.

드디어 만 육십오세가 되었다.

아침이면 윤지는 묻는다.

\"할머니 집에 금방 갈거 아니지?\"

\"내일 집에 갔다가 일곱밤만 자고 다시 올게.\"

일곱밤을 손가락으로 접어보느라고 윤지는 헷갈린다.

\"크리스마스에 윤지 발레는 보러 올거야.\"

 

집에 돌아오니 집 온도는 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보일라를 외출에서 난방으로 옮겨놓고 사우나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지만 겨우 이도가

올라가 있었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나른했다.

또 몇날 며칠을 쉬어야 할것 같다.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몸은 편하고  아이들과 있으면 몸이 고달프지만 시간은 즐겁다.

세상 만사가 그런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힘든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올해는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기로 한다.

시간이 가면 적응이 될것이다.

아직은 새로운 약과 체력의 변화에 익숙치 않은 탓일게다.

이렇게 시들어버리기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것이 욕심일까.

누구나 억울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죽을때까지 한가지쯤은

꿈을 가지고 싶다.

꿈에는 연령제한이 없겠지. 

만 육십오세 이상 출입금지라든가 그런 패말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