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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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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회사 간판스타\"


BY 불량주부 2012-12-12

너는 우리 회사 간판스타

 

내 나이 오십..

내 나이 스무살 꽃다운 나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입사를 했다.

햇 병아리라 민원창구에 업무 배치를 받았다

우리 회사의 직책 높으신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다.

“니, 우리 회사의 얼굴 마담이다”

 

“니는 우리 회사 간판 스타인기라”

 

“손님들이 우리 회사에 오면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이 이곳이다

자부심을 갖고 일해라....“

 

잊을만 하면 한번씩 창구앞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였다.

 

그때 나는 내가 정말 잘나고, 이쁘서 높으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인줄 알았다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살았다.

그래도

그 말이 힘이 되어

삼십년을 넘게 이 회사에 머물고 있다

별명이 “간판스타”로 자리매김을 하고 살아온 세월이 삼십년

 

그렇게 이쁘해 주시던 어르신들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분도 계시고

정년퇴임을 하시고 손주 녀석들의 재롱에 파무쳐 지내시는 분도 계신다.

 

간혹

회사에 찾아 오시는 어르신들은

“박여사, 오래 몇 살이고?”

“저, 나이 많이 묵었습니다, 오십 아입니꺼”

“뭐라꼬, 오십.........아이구야 벌써 그리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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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이 늙어 가는 것 은 알면서도

그 꽃다운 스무살의 나를 그대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아

헤벌쭉 해지는 미소 넘어

마음 한구석을 얼그매는 짠한 아릿함

감정이 교차 하는 내 나이 오십!!

 

벌써 내 나이 오십이라....

그것도 몇 일만 있으면 오십 마져도

살을 붙일 판이니........

 

간판스타로 살아온 이 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포기한 대학도 가고

어린아이에서 어여쁜 아가씨로, 초보 아줌마로, 그리고 이제는 중년의 아줌마로..........

 

꽃다운 내 나이 스무살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내 나이 오십...

 

변한게 참 많다

허리둘레가, 몸무게가, 키가, 시력이, 얼굴 주름살이

어쩌다 야한 농담이라도 듣게 되면 몇 일을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던 아련한 추억도

이제는 먼저 한단계 높은 농을 던지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고,

선의의 거짓말도 밥 먹듯이 하게 되었고.

소주잔이 입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늘게 되었고.

모임에 가면 귀가 시간이 차즘 늦어지게 되었다.

내 나이 오십에 나는 이렇게 변하여만 가고

 

내가 변하여만 가고 있는 이 시간에

남편은 귀가 시간이 자꾸만 빨라져 가고,

냉장고를 뒤져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잔소리의 횟수가 늘어나고

아이들은 세대차이 느낀다며 자기네들 끼리만 속닥속닥

.......................................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로 나이를 먹고

세월을 흘려 보내나 싶다.

 

커피 한잔을 들고

햇볕이 들지 않는 뒷마당에 소복소복 쌓여있는 눈을 바라보며

내 나이 오십의 겨울을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