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밥상차리는 것쯤은 나눠서 하게 될 줄 알았다. 아뿔사. 맘 속으로만 담고 있었어야 하는 것을 시시때때로 흘렸더니 아이들이 대학뺏지를 달자마자 분리독립을 외쳤고 그당시 내 정신이 헤까닥 했었는지 개학하고 보니 애들은 애들끼리 살고 나는 남편과 둘이 살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들과 내 거주지가 차로는 그리멀지 않아서 이십분이면 상봉이 가능하다. 보고 싶으면 내가 가야지 녀석들은 결코 우리부부를 찾아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연년생인 두 남매가 대학문턱 넘기느라 오만 고생을 다 했다는걸 안지라 그저 원하는 대로 무조건 다 해주고 싶었다. 문제는 아마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 게다. 그저 분별없이 다 주고 싶어하는 심정, 때때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나는 왜 자식들에게 그렇게 퍼주기만 하는건지. 돌아가신 엄마에게는 뭐가 섭섭한게 많았는지. 쪼금만더 놀아 줬어도 이리 가슴이 아프지는 않을 텐데 싶을때면 두 남매가 내게 섭하게 구는 일쯤 당해도 싸지 싶기도 한다.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 집에 들려 꼬드밥을해서 먹였다. 지들끼리 사니 삼시 세끼 지대로 찾아 먹기는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기는 하나 밥보다는 자유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선언한바 있다. 하지만 한끼밥이라도 챙겨주면 밥숫갈을 들고 있는 동안 만큼은 녀석들도 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부드럽고 훈훈하다. 해서 아침부터 한마디 하길 나도 스토커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 내가 어디서 뭘하느냐고 묻기전에 가끔 카톡으로 문자질이라도 좀 해달라고 했다. 덕분인지 뭔지 딸래미한테 문자를 받았다. 약발이 빨리 받는 군 이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그래도 엄마지 그런 믿음?. 그런데 왠걸 문자내용을 보니 이학기 책값 십여만원 입금시켜달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