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램의 딸(외손녀)이 어제 사고가 났다
그것도 화상이라는 심각한 사고가....
금요일과 주말에는 내가 봐주고 토요일에 친할머니가
데리구 가서 일요일까지 친가에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엄마,아빠가 집으로 데리고 가자마자 사고가 난 것이다
이 무슨 마른 하늘의 날벼락같은 일인지
일요일에 용인 친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위는 가게 나갈 일이
급했는지 다리미 코드를 꽂아 놓고서 면도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딸램은 가방을 풀지도 못하고 옷을 막 갈아입는 사이
어느틈에 작은 방으로 기어간 손녀딸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뜨거운 다리미가 손녀의 손등 위로 넘어져 있었다고 한다
딸램은 사위가 다리미를 꽂아 놓은 것도 몰랐기에
안방에 있던 손녀가 기어간 것도 모르고 어째 조용하다 싶어
손녀를 보려 생각하는 순간 다른 때와 다른 손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이미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 달이면 첫돌인 손녀의 고사리 같고, 앙증맞은 그 손등에
뜨거운 다리미가 넘어졌으니 얼마나 놀라고 뜨거웠을까
놀라 소리치는 딸램을 보고 사위도 욕실에서 뛰쳐 나와
먼저 찬물로 화기를 빼고 컵에 손녀 손을 담근 채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서는 어찌해 볼 수가 없으니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기라 했단다
부천에 있는 병원으로 앰블런스를 타고 가니 의사도
깜짝 놀라며 이렇게 심한 건 처음 본다여
\"애가 이 지경이 될때까지 엄마는 뭘 했느냐고\"
심하게 다그쳤단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가 보니 사돈내외가 먼저
도착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함께 들어보니
왼손 손등과 가운데 손가락부터 새끼 손가락까지 심한데
그중에서 새끼 손가락이 제일 심해 피가 안 통하면 절단까지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상황을 이야기 하니
딸램은 눈물바람이고, 사위도 눈이 시뻘개지도록 울고
다들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어진 의사의 말은 거기서 수술을 해도 되고
믿음이 안 가시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셔도 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금 가시던 내일 가시던 아마 그쪽에서도
왜 좀 더 일찍 오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을거라는
얘길 하며 헷갈리게 한다
화상전문병원이라는데 왠지 의사의 그 말에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렇잖아도 당황하고 불안해 하는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보다는
일단 최악의 상황을 얘기해서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걸로
밖에는 생각이 들질 않았다
병실에 가보니 손녀는 왼쪽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픔이 느껴지질 않는건지, 신경이
죽어서인지 전혀 화상을 입은 아기같지 않게 사람을 보면
생글생글 웃기까지 하니 그게 더 이상했다
나도 예전에 뜨거운 국물이 다리로 쏟아지는 화상을 입어봐서 아는데
어찌나 욱신거리고 아팠는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우리나라에서 화상전문병원은 그래도 한강성심병원이기에
아무래도 그곳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아
여기저기 알만한 사람을 수소문해 보았는데
딱히 연결이 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다음 날 일찍 그 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일단 나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경황이 없을 땐 몰랐는데
생각할수록 손녀의 그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면서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런데 저녁 늦게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가 그 병원에 절친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어찌나 귀가 번쩍 뜨이던지...
왜 내일까지 있냐며 바로 저녁에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들어가
입원이 되었다는 얘길 해준다
오늘 아침에 부지런히 병원을 가보니 손녀는 어제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다 쉬어 목소리도 안 나왔다
어제보다는 아픔이 있는지 오늘은 우유도, 이유식도 잘 안 먹고
계속 칭얼대고 보채기만 하여 보는 어른들을 더 안타깝게 하였다
연한 꽃잎 같은 그 손 위로 뜨겁디 뜨거운 다리미가
넘어졌을 상황을 상상만 해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이제 빨빨 거리고 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안 만지는 게 없는데
어쩌자고 엄마, 아빠가 그런 부주의로 어린 손녀가 이런 고통을
당하는지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루에 한 번씩 상처 드레싱을 하는데 처치실 밖에서
기다리자니 안에서 손녀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데
얼마나 아플지 내 가슴이 다 오그라 붙는 것만 같았다
처치가 끝나고 나온 걸 보니 손녀보다 딸램이 더 많이
눈물을 흘리며 차마 볼 수가 없었다길래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엄마가 애 앞에서 의연해야 한다
네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애가 더 불안해 하고
안정이 안 되니 절대로 애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말아\"
라며 딸램을 안심시켜 주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한 거니까.
처치가 끝난 후 주치의 말로는 다행히 세 손가락에
피가 잘 통하고 있는 걸 확인을 했다니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데
그래도 피부이식 수술은 해야 한다는 얘길 덧붙인다
어제 같으면 불안한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해준 의사였는데
그래도 오늘 의사는 보호자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니 그나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비록 이식수술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흉터는 남을지라도 온전히 손가락이 남아 제 기능을 할 수 있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이번 손녀의 사고를 통해 한창 기어다니는 아이를 키울 때는 부모가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으며 손녀의 고통이
하루빨리 나아 해맑은 눈망울의 벙글거리는 웃음이 온 가족의
기쁨이 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
의사의 손을 통해 꼭 주님 뜻을 펼쳐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 뜻대로 이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