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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큰언니집


BY 밤하늘 2012-09-24

여주 큰언니집

 

이른아침 눈이 떠졌습니다.

잠자리가 바뀐탓도 있지만

요즘 이른아침 운동에 빠져 일찍일어난 습관이

잠을 깨운것도 같습니다.

두리번 거리니 여기저기 흩어진 가족들이

제각기 다른모습으로 깊은 수면에 빠쪄

홀로 깬것입니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야할것입니다.

그럴수밖에 어제는 큰언니의 둘째아들의

세째 돐잔치가 있어던 날이라

조카며느리가 41살에 본 늦둥이로 온가족이 모여

돌잔치 끝나고 가족들이 모여 늦게까지

이곳 큰언니인 여주집에 밤이 가는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여주에는 고구마가 유명해

너른 들판 수확하고 남은 이삭줍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옆에 잠든 남편을 살짝 흔들어 깨웠습니다.

모처럼 맑은공기와 이른아침 햇살 머금은

가을 들녘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여주집은 문을 열면 바로 황금들녘과 마주보고 있고

집옆으로 노인정이 있어서 집앞에 바로

커다란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어 그곳에 앉아있으면

세상시름도 잊을것 같은때도 있으니까요~

졸린눈 비비고 착한 남편이 일어나 주었습니다.

 

문을 나서니 가득한 안개로 들녁도 햇살도 보이지

않는 미로로 어깨위로 안개가 내려앉고 있어

우리는 조카며느리 아침밥상 차리는 것을 덜어주기위해

차로 가까운 콩나물해장국이나 사러 가자고

출발했습니다.

지척도 분간할수 없는 이길은

돌아가신 형부는 가족들이 여주에 모인날 이른새벽깨워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온가족을 모두 깨웠는데

그날도 이렇게 자욱한 안개로 한치의 앞도 볼수없어지만

그시절도 회상하며

남편과 둘이 가는 이길도 간만에 둘만의 데이트 같아 즐거웠습니다

.

아침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창문 가득이 들여앉자

아침준비를 덜어준 조카며느리의 인사를 뒤로하고

다시 아침산책에 나섰습니다.

뒤산에 아름들이 밤나무는 입을 버려 알밤을 토해내고

이슬밟고 밤을 줍은 다음 수확하고 남은 고구마밭은

살짝 발로 차니 가끔씩 수줍게 삐쳐나온 자주색 고구마는

주인이 다 거두지 못한채 남겨진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보채는것 같았습니다.

 

가을들녁이 아름답습니다.

여주에 유명한것은 고구마뿐만은 아닙니다.

황금벌판에 가득한 임금님표 쌀들도 밥을 지으면

기름기 좔좔흐르는 쌀밥에 생선을 얹어 먹으면

그맛또한 일품입니다.

태풍이 지나갔거만 이곳 들녁은 쓰러진 벼도 없이

바람결에 황금의 풍성한 머리결처럼 흔들립니다.

고추잠자리또한 황금들판에 춤주며 날아들고

하얀 두루미의 날개짓은 한폭의 수채화였습니다.

여자들은 고구마이삭을 캐고 남자들은 추석을 앞둔

벌초를 하며 여름과 가을을 오가는 길목처럼

시원한 수박을 쪼개 먹기도 했습니다.

점심은 느티나무아래 정자에서 노릇노릇하고 고소한

삼겹살도 구워먹고 껍질이 속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진

햇고구마도 찌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삭도 부족해 결국은 큰언니 뒷 텃밭에 심어논

고구마 줄기을 걷어내고 자색 고구마를 캐고

고구마밭에 옆에 호박넝쿨까지 걷자 거기에는

노란 늙은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

여주큰언니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풍성한 가을 곡식과 맑은 가을공기 가득 담고 돌아왔습니다.

행복이 길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