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금요일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랫만에 친구들과 만나 점심을 먹고 며늘아이의 부탁대로 윤지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며늘아이도 오랫만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란다.
듣고보니 며늘아이의 \'오랫만\'이 내 \'오랫만\'보다 몇배 더 심한것 같아서 부탁을 들어주었다.
\"내가 윤지에게 가는걸로.\"
그렇게 말하며 둘이 웃었다.
윤하만 데리고 며늘아이는 외출을 하기로 했다.
몇년만에 친구가 미국에서 왔단다.
유치원에서 윤지를 데리고 와서 둘이 놀이를 시작했다.
\"할머니 우리 머하고 놀까.. 스티카 놀이 할까?\"
\"그게 뭐하는건데?\"
종이에 온갖 만화의 주인공이 다 들어있었다.
뽀로로도 있고 뿡뿡이도 있고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의 이름을 윤지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종이를 물에 적셔온 윤지가 내 종아리와 자신의 종아리에 종이를 누르니 그것이 스티카가 아니라
문신인것을 그제야 알았다.
둘이의 종아리는 총천연색의 만화가 되고 말았다.
\"이걸 어째. 문신이잖아. 안떼어지니 이걸 어쩌지.\"
재미가 난 윤지는 까르르 웃는다.
\"할머니는 몰랐어? 난 알았는데.\"
탕에 물을 받고 둘이 목욕을 하기로 했다.
물에 불은 문신을 손톱으로 긁으니 떨어져 나갔지만 윤지는 손톱으로 긁는것이 아프다고 하지 말란다.
아이를 봐달라고 했더니 종아리를 온통 문신으로 만들어놨다고 원망을 들을것 같아서 윤지의 종아리를
자꾸 긁어댔지만 아이는 도망을 다닌다.
\"윤지는 할머니 집에 한번밖에 못갔잖아.\"
\"아니야 두번이지.\"
\"한번이야. 그러니까 할머니가 아빠한테 전화를 한번 하라구.\"
\"왜?\"
\"윤지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오렴. 그렇게 전화를 하면 아빠가 윤지 데리고 할머니 집에 갈거잖아.\"
윤지의 말에 크게 웃었다.
\"알았지?\"
\"그래 알았다.\"
돌아온 며늘아이는 윤지의 종아리를 보고 웃었다.
\"저절로 떨어져 나갈거예요.\"
며늘아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아들은 달랐다.
\"할머니가 장난을 치셨구먼.\"
아마도 어릴적부터 내가 장난을 많이 친 기억이 있나보다.
그런 류의 장난을 많이 치긴 했었다.
일박을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왜 이렇게 일찍 가는건데?\"
윤지의 질문에 할머니가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니 받아들였다.
윤지가 내 가방에 과자를 넣어주며 말한다.
\"집에 가서 먹어. 고드름도 하나 줄게 가져가서 먹어.\"
\"고드름은 가다가 다 녹아서 안돼.\"
\"할머니 집에도 아이스크림 있어?\"
\"있어.\"
\"내가 가면 줄거야?\"
\"줄게.\"
윤지와 헤어져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많이 붐볐다.
수원에서 겨우 앉으니 곧 오산이었다.
윤지에게 말했듯이 약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얼른 돌아가 쉬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지내는것이 즐겁기는 하지만 오래 지속을 못함은 체력의 한계때문이다.
요즘은 자주 휴식이 필요하다.
집앞 식당에서 점심겸 저녁으로 청국장을 하나 사먹고 돌아와 곧장 잠으로 빠졌다.
잠만이 보약이다.
윤지 윤하가 자라는것을 내가 얼마나 볼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