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잠시 잊으려 냉면집을 갔다. 냉면집엔 손님이 평소보다 더 붐볐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주문을 마치고 냉면을 기다리는데, 대여섯 살 난 아이들과 엄마들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넓은 식당에 들어오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뛰면서 들어오면서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여기저기 탐색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이 우리 옆에 자리를 잡으면서 아이들 몇이 우리 테이블에 부딪치며 지나간다.
며칠 전 중국요리를 먹으러 갔을 때 일이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형제를 데리고 온 부부가 옆 자리에 앉았다. 얼핏 보았지만 부부는 선남선녀에다 아이들도 잘 생겼고 명랑해보였다. 잠시 후 잘생긴 두 아들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식탁 주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지만 아무도 제제하지 않았다. 식당관계자들은 손님 받고 접대하느라 바빴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갔다가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나왔다. 그 날의 기억이 오늘 냉면집에서 겹쳐졌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서 하는 말이 들려온다. 한 엄마가 주문받는 아주머니께 냉면과 함께 이런 추가 주문을 한다.
\"아주머니, 우리 아이들에게 여기서 지켜야 할 예절을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잘못하면 야단쳐주세요.\"
엄마의 시원한 경계에 아이들은 더위를 잊은 듯했다.
빛나는 눈동자들이 주문받던 아주머니에게 모아졌다. 이런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지, 아주머니는 잠깐 당황하시는 것 같다. \"아이구, 뭐 다들 착하게 생겼네. 맛있게 먹고 가요?\" \"네엡!\" 아이들의 시원한 대답만큼이나 오늘 냉면은 더 시원하다. 시원한 엄마와 시원한 아이들 덕분에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스런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엄마의 소망이다. 엄마의 시원한 경계는 아이를 사랑스런 아이로 자라게 한다. 당연히 엄마도 사랑스런 엄마가 되는 것이고. 우리는 모두 다른 무언가가 되고 있다. 어떤 무언가가 될지에 지혜로운 마음도 한 몫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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