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널부러져 일어나기가 싫다.
올 여름 수련회를 오늘 저녁으로 모두 끝냈다.
내일 다른 팀이 온다면 또 쌩쌩돌이가 될 터인데도
오늘 저녁 집으로 올라 오는 돌계단이 그렇게 높고 많을 수가....
다리가 천근만근 같았고 옆에 붙은 두 팔은 건덜렁건덜렁.....
쿠션이 들어 간 요가메트 위에 쓰러질 듯 픽 ~누워버렸다.
아래층으로.... 땅 속으로 몸이 자꾸만 꺼져 가는 기분이었다.
일어나 씻고 자야하는데.....
온 몸은 땀 범벅인데 샤워를 하고 빳빳하게 풀 먹인 인견 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생각만 뻔하고 몸은 퍼진 해삼같고 긴장의 끈을 놓쳐버린 정신은 몽롱하기까지 하다..
가장 더운 여름을 찜질방에서 산 기분이다.
목에 두른 가제 수건이 펑펑 젖고 티셔츠가 무겁도록 비지땀을 흘렸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견딜만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야 가을 날 내 작은 소망도 이루어 지리라 믿었다.
이제 그 꿈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게 생겨 즐겁다.
발칙한 생각이라 섣불리 이야기 하기가 그렇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자연적으로 알게 될 일
비록 몸은 누적된 피로감으로 극도로 지쳐있는데
정신은 몽롱한 가운데서도 저 멀리 비 갠 하늘의 무지개를 상상한다.
이렇게 또 한 해의 여름 수련회를 잘 감당했다 싶으니 나 자신이 대견하다.
내년에는 더 큰 규모의 수련회가 줄줄이 예약된 상태지만
남은 시간 동안 몸 관리 잘 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다보면
또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나에게 여름은 해병대 지옥훈련 같은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 훈련을 잘 마치고나면 언제나 서늘한 가을바람이 기분좋게 날 위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