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신나는 시간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다.
장날 시장 봐 둔 재료들을 널어놓고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해물부침개를 준비하는 그 시간이 즐겁다.
수련회를 여러 해 하다보니 많은 음식들을 짧은 시간에 후다닥 해 치우는 재주가 늘었다.
수백명분의 음식을 만들던 그 솜씨로 할머니들 반찬을 만드는 것은 초간단 미니 식단이다.
음식을 만들면서 내가 지키는 이상한 버릇은
반찬을 만들면서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섬주섬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과일이나 맛살같이 그냥 바로 먹어도 되는 재료들을 준비하다보면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입으로 넣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난 그런 행동을 무척 싫어한다.
오이나 수육같은 것도 우적우적 씹으면서 반찬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던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수준에서 살짜기 나무라 주기도 한다.
\"저기요~나중에 앞접시에 담아서 이쁘게 먹으면 더 좋겠는데요~ㅎㅎ\"
내가 만든 음식의 간도 맨 나중에 한 두번 살짝 찍어 먹는 걸로 마친다.
국솥에 국자를 자꾸 집어 놓으면서 훌쩍 거리는 모습은 별로 이쁘지 않다.
정 국 간을 보고 싶다면 작은 국공기에 국물을 조금만 따로 들어서 먹어보면 좋으련만
길다란 국자를 넣었다 뺐다...진짜 싫어한다.
가정마다 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누가 짜네 누가 싱겁네 하더라도
주방장인 내가 흔들리면 안되므로 너무 짜게도 그렇다고 너무 싱겁게도 하면 안된다.
차려 놓은 음식을 맛있다며 다 비워 줄 때 그것보다 신나는 일이 더 있을까?
다른 일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음식은 순전히 정성이다.
정성이 더 들어가고 꼼꼼하게 준비한 음식이 당연히 맛있지~
후다닥 빨리 준비한다고 정성이 부족한 건 아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머릿속으로는 다음 준비단계를 신속하게 떠 올린다.
며칠 전에 남편 친구내외랑 외부 횟집에서 물회 냉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회는 양이 너무 적었고 맛은 맵기만 잔뜩 매워 다 먹고도 포만감이 부족했다.
도저히 아쉬운 부분을 어쩌지 못하다가 급기야 내 손으로 물회냉면을 만들고야 말았다.
진해용원 어시장에서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갑오징어를 사서 얇게 썰어 냉동고에 살짝 넣어두고
배와 잔파 적색 양파와 일반양파를 채썰고 매실청을 넣은 달콤새콤한 초고추장을 준비했다.
각얼음을 넣은 시원한 육수에 초고추장을 넣고 준비한 모든 재료를 버무렸다.
회를 버무린 다음 끓여놓은 물에 냉면을 살짝 삶아서 얼음물로 박박 문질러 씻어 사리를 만들었다.
얼음 띄운 물회 그릇에 냉면사리를 담아 내 드렸더니 할머니들이 아주 맛있게 드셨다.
남편은 좀 모자란 듯 아쉬워했지만 음식은 좀 부족한 듯 먹어야 진짜 맛있게 먹는거라며 달랬다.
깔끔한 물회냉면을 먹으면서 여름 더위를 이길 힘을 얻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