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가 간다.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펼쳐놓은 채로 마음은 어수선하다.
무엇에 희망을 거는것인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기대하지 않기로 하고서도 나는 자꾸 사람에게 기대를 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것일까.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수 있는 글을 완성한다는것도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드라마 공모전이 칠월에 마감인데 과연 완성이 될지 모르겠다.
대사로 이어가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유치해..유치해..지우기 일수다.
지루하던 참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
친구와 아산에 있는 맹사성의 고택을 구경하고 맹사성의 옥피리도 보며 이백년이 되었다는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영장군의 딸이 맹사성의 집안에 시집을 간 사실을 처음 알았다.
햋볕도 좋았고 바람도 좋았고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친구는 내가 모르던 세계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듣고 나의 학습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소설에 삽입시키려는 나의 의도를 친구는 알턱이 없다.
며늘아이의 SOS에 달려가 이박삼일 아이들과 지냈다.
아직 정리가 되지 못한 이삿짐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아줄 시어머니가 필요하다니
달려갈수밖에 없었다.
윤하를 유모차에 태우고 윤지와 놀이터에 나갔다.
\"우리 할머니가 얼마나 무서운줄 알아? 너희들 나한테 까불면 우리 할머니한테 혼나.\"
사내아이들에게 으시대는 윤지를 보며 웃지 않을수 없었다.
놀이터에는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할머니들이 많았다.
할머니들은 필요한 존재가 되는것만으로도 즐겁다.
무언가 역할을 맡을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운것이다.
유모차안에 윤하는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한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방실 웃는 모습이 이쁘다.
윤지가 달려와 윤하에게 뽀뽀를 하고 간다.
세밤을 자고 가라는 윤지를 두고 나오니 세밤이 아직 안되었다고 할머니 가는거 싫다고
소리지른다.
오산과 응암동은 먼 거리다.
주말이라 고속도로는 밀리고 있었다.
엄니 매번 감사해요. 며늘아이의 문자가 온다.
돌아와 다시 컴앞에 앉는다.
이렇게 집중하지 않고 노라리 쓰는 글이 좋을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오월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여름이 가기전에 완성할 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