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램이 손녀를 맡긴 지 오늘로 8일째다
아직 젖을 못 떼어 젖을 뗄겸 맡긴 것인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다음 달이면 두 돌인데 겉으로 보기엔 한 4살 정도로 보일만큼
통실통실하다
이젠 제법 말문이 트여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함무니, 모 해?\"
또 남편이 뭐만 하면
\"하부지 모 해?\"
하면서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 게 꼭 귀여운 강아지같다
그래서 옛날 할머니들은 \'내 강아지, 내 강아지\' 그랬나?
맡긴 첫 날 저녁엔 잘 자다가 새벽녘에 잠이 깨서는
\"엄마,엄마\"하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달래다 할 수 없이 들쳐 업고 방안을 맴돌았다
1시간 여를 업고 있자니 내 등에 엎드린 손녀는 흐느끼다가
다시 잠이 들어 살며시 자리에 눕혔다
행여나 깰세라 조심하면서....
이렇기를 하룻밤새 세 번이나 하고 나니 나도 지쳐
비몽사몽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방 저방 뛰어 다니며
놀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8일동안을 새벽이면 깨서 울고, 나는 들쳐 업고
방안을 맴돌다 잠이 깊이 든 듯하여 자리에 눕히려면
등에 매달리며 \'업어, 업어\'를 반복하여
나는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엎드려 자다깨다를 반복하노라면
창 밖이 훤하게 밝아오는 날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엄마를 떨어져 있는데 대한 불안함이 깊은 잠을
못 들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제는 119까지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잠깐 현관을 나온 사이, 거실에서 만화영화를 보던 손녀가
내가 안 보이니 놀래서 뛰쳐 나오며 현관문을 연다는 게
그만 안에서 보조키를 잠근 것이다
내가 밖에서 우는 손녀를 달래며 보조키를 열라고 얘길해도
자지러질듯 울어대는 손녀의 귀에 그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오줌이 마려운지 자기 변기통으로 뛰어갔다가
다시 현관으로 달려오며 어쩔 줄을 모른다
밖에 있는 나와 남편 역시 당황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동거리다 열쇠집으로 뛰어간 남편이 사람이 없더라며
그냥 돌아와 내게 화를 내었다
딸램에 대한 화풀이까지 겹쳐서....
나 역시 손녀와 밤새 씨름하느라 지쳐 있는데
남편은 기어코 안방과 거실의 창을 바꾸겠다며 기존의
창틀을 떼어내는 일을 벌인 것이다
날씨도 흐리고, 비까지 오는데 하루라도 좀 쉬면 어때서...
그러느라 떼어 놓은 자재들을 옥상으로 들어 내주려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 상황에서 우리끼리 큰 소리 내봤자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닌지라 참고 119에 신고를 하자 금방 4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달려와 보조키를 부수는 수 밖에 없다며
연장으로 현관문을 쾅쾅거리자 안에서 손녀는 놀랬는지 더 큰소리로
울어대 애간장이 다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때마침 하늘에선 천둥까지 꽝꽝거려 그렇잖아도 놀랬을
손녀가 얼마나 무서울지 속이 바작바작 타는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남편은 현관문 망가지는 게 아까운지
119대원들을 제지하며 자기가 그라인더로 보조키를 갈겠다며
만류를 한다
\'어휴, 지금 그 상황에서 애보다 문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애가 그렇게 울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속에서 울화통이 터지는 것 같아 열이 뻗치는 기분이었다
안에서 보조키 꼭지까지 눌렀는지 시간이 좀 지체가 되었지만
다행히 문이 열리자 얼른 뛰어 들어가 손녀부터
들쳐 안고 진정을 시키며 울음부터 그치게 하고 보니
손녀도 놀랬는지 현관에 오줌까지 다 싸놓았다
얼마나 놀랬을까 싶어 내 가슴이 다 오그라드는 것만 같고
남편에 대한 서운함도 동시에 밀려왔다
어쩜 그 상황에서 애보다 문 망가지는 걸 더 걱정을 하는지.....
그러고도 내게서 존경을 받기를 바랄까?
꿈깨셔, 내가 할 수 있는 데 까지만 하고 더 이상은 안 할 테니...
그래도 손녀는 금방 활기를 되찾아 또 다시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함무니 모 해\"를 연발한다
에공, 내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