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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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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눈물


BY 그대향기 2012-05-14

 

 

 

 

\"내가 많이 미안했다\"

 

오빠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는 울고 있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35년도 더 지난 내 옛날 이야기가 어느 책에 실리는 일이 생겼다.

그 기념으로 오빠한테 책 한권을 보내드렸더니 울고 또 운다.

참으려고 애쓰는 숨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흐느끼듯 들려왔다.

 

\"너는 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참 좋았을것을.....\"

 

그래 놓고도 또 울었다.

여동생 하나를 공부도 못 시켜줬던 그 시절이 안타깝더라면서.

다들 어려웠던 시절에 공부 못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그래도 씩씩했고 당당하게 잘 살았던 여동생인데도

더 못해줬고 더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어버이 날이 지나고 엄마가 너무 그리워 울었다고 했더니

오빠도 엄마가 심어 놓은 작약이 흐드러지게 핀 걸 보고 울컥하더란다.

그러면서 우리 남매는 휴대폰이 뜨거워지도록 울다가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는 항암치료중인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또 울고.

남자의 눈물은 본인이 세상에 태어날때와 부모님 상 당할 때와 배우자를 잃을 때라는데

오빠는 오늘 억누르고 살았던 여러가지 서러움이 폭발한 듯 하다.

 

 

그래도 수술하고  얼마 못가서 죽지 않은게 어디냐며 그 사실만이라도 행복이라고 위로하는데

밖에 나가서 가장 노릇을 못하고 집에서만 맴을 도니 자격지심에 또 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집안 일을 해 주니 올케가  수월해지니 좋지 않냐며

억지로라도 격려의 말을 해 주는데 오늘 비 탓인지 나까지 우울해졌다.

엄마 가시고 첫 어버이 날이라 울고 혼자서 밥 챙겨먹고 살아가자니 서러움에 또 운다.

 

그러면서 내 책이 고맙다고 또 울었다.

많이 못 챙겨줬는데도 자랑스런 오빠가 되게 해 줘서 고맙다며 울었다.

가끔은 가슴의 이야기를 나한테라도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러면 나까지 복잡할 거라며

같이 사는 아내한테도,친구한테도, 다른 형들한테도 쏟아내지 못했던 가슴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여동생이지만  때로는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오빠가 안타깝다.

 

친구간의 자존심도 지켜야하고 부부간의 신의도 지켜야 하는 실업자신세 오빠는

말 나온 김에 몇마디 한다면서 눈물 섞인 이야기가 전화선을 타고 날아왔다.

한창 일할 나이인 남자나이 55세.

조금만 더 일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야 할 나이에 항암치료중이니 그 서러움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그만한 건강도 감사하자며 전화는 끊었지만 비요일만큼이나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