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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과의 화해... 적과의 동침


BY 긴수염고래 2012-04-24

무릎꿇고 용서를 빕디다
자기 삶의 전부인 저와 제 딸아이에게 준 상처를 보듬으며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용서해  달랍니다

뭐 사실 이제껏 10년 이상을 행복했는데 .. 고작 며칠간의 불행이 제 인생에 영향력을 발휘해 봤자

불행이란 놈만  더 불행해져 울며 돌아가겠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저를 속이는건지 속기를 바라는건지,진심인지
전 시간이 필요하고 이제껏 살아본 느낌으로 마음을 조금 푼건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그놈 가슴팍을 누르며 잠도 실컷 잤습니다

잠시 꿈인가 , 난 예전 그대로다라고 최면도 걸어 봤습니다
하지만 절대 용서도, 긴장을 풀 일도 없을겁니다 . 그리고 믿음따윈 없을겁니다
벙커속에 돈도 넣고 쌀도 넣고 총도 숨기고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다는 의미 입니다

전 줄리아 로버츠의 남편으로 살다 결국 엔딩은 줄리아 로버츠로 변신하겠죠

마지막 무기가 총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총구멍마다 총알을 꽈악 채워 놓을겁니다

 

이놈과 아주 행복할줄 알았습니다

아니  폭풍전까지 , 쓰나미를 맛보기까지 전 지극히 평범하게 행복했죠

제 행복한 삶에 난 지워지지 않을 스크래치를 제가 용서 할수가 없네요

그건 현관입구를 들어설때 마다 보이는 마루바닥의 흉터처럼 .. 하루 하루 제게 상처를 줄껍니다

완전 복구가 안되는 상처를 준놈에게 어떤 복수를 할지 연구하며 살겁니다


그래도 폭풍전까지 살을 맞대고 희희덕 거리던 듬직한 내 사람이었는데
아침을 두그릇이나 먹어치우는 그놈 식성이, 어제와는  다른 생기 발랄함이 정신과적 질환을 의심케 합니다

오늘은 쇼핑도 했습니다

양복 세일하는곳에서 그동안 전쟁중 말도 못 꺼내고 하다가 어제 저녁 금새 양복 사고프다고 하네요

양복과  점퍼와 자켓 .. 겨울까지 살게 될지도 의문이지만 겨울양복 하나를 추가로 샀습니다

....

돌아오는 차안에서 갑자기 그놈 왈

\" 너  이름으로 아파트를 명의 변경하는게 좋겠다.. \"    헐 ~~

\" 왜 \"

\" 그냥 너한테로 해주고 싶어서 \" 헐 ~

어제 팔베개 허락하고 가슴팍에 머리 한번  뭍고 잤더니 갑자기 하루 아침에 원빈이라도 되었는가 .. 웃을수도 없고 운전중인 차에서 뛰어 내릴수도 없고. 토할수도 없어 창문만 내렸습니다

갑자기 30평대 아파트가 300억으로라도 되었는가

\" 도대체 남자들의 뇌구조는 성분이 무엇일까요 ...( 독백) \"

명의변경 중요하지도 않고 주저리 주저리 내가 아는 법적 지식을 말하기도 쑥스러울정도로 내뱉은

원빈의 메아리 같은 소릴 들어주자니 , 뛰어내리고 싶다는 말을 간신히 참고

\" ..... \"

신랑도 더 말은 하지 않더이다

잠시만이지만 자신이 원빈에 빙의 된것이 쑥스러웠겠죠

 

천당과 지옥은 종이한장 차이. 절망과 희망도 종이 한장차이라면 뭔들 극복을 못하겠냐만

나이 마흔 넘어 새치 하나 없는 그놈의 머리통 속의 성분과 정체도 대강은 알겠더이다

짚신벌레 아메바 유글레나 거머리로만 가득채워져 ....다세포적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는 유아기적 유치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하는 나팔벌레 같은 놈

.

.

사랑하나에 미쳐서 결혼하고 사랑하나로 모든걸 감내하고 결혼하고

아무것 없어도 숟가락 하나로 둘이 쪽쪽 빨아 먹어도 좋을것 같아 결혼하려 했지만.

뭔 복이 이리도 많아 ,

그것보다 많은 축복을 받아 사랑스런 결혼을 했고 풍족한 결혼을 했고 세상에 이리도 이쁜 아이도 선물을 받았는데.

이제 가끔은 미친 내 머리통을 스스로 쥐어 박으며 눈멀어 택한 남자의 눈이 아니고 내 눈을 찔러도 시원찮고

그놈 치솔만 봐고 구역질이 나는데

내게 검은머리 파뿌리는 가당치도 않고( 그놈은 새치하나 없고)

..

난 오늘도 임재범과 사랑을 한다

\" 사랑 .. 그놈\" 을 들으며  가는 사랑과 지는 사랑과 허무한 사랑과 지루한 사랑과 ....엎어진 사랑과 느끼한 사랑과  영혼이 없는 사랑과 플라토닉과 에로틱 사랑과 메마른 사랑과.....너무 슬픈 사랑을 듣는다

그래도 또 올것만 같은 새 사랑에 희망도 건다

그놈이 아니길 바라며

 

때론 그놈 가슴팍이 너무 따셔 슬프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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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바람부는 날이 있다

봄날을 무시하고 겨울 바람을 귓가에 털어 넣던 계절의 배신과 무심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