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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


BY 그대향기 2012-04-08

 

 

 

 

어제 교육방송에서 산후우울증에 대한 방송을 했다.

교육방송은 자주 시청하는 방송이 아닌데 어제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

산후우울증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오는게 아닌가?

마더쇼크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안 그래도 큰딸이 외손녀 때문에 힘들다고 하던 말을 들어 온 터라

혹시나해서 시청하게 되었다.

 

큰딸 또래 나이의 애기엄마도 있었고 나이가 더 많은 엄마도 있었다.

대체로 첫 애기를 낳은 연령이 높았다.

신생아를 안고 어쩔줄 모르는 엄마들도  내 딸 같고

백일 정도를 지낸 아기를 안고 힘들어 하는 엄마들도 내 딸 같아서

그 프로그램이 다 끝나도록 찬찬히 보게 되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산후우울증을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겪고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애길 낳고 키우면서 마냥 행복할 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잠도 거의 못 자고, 밥도 제때 못 먹고, 빨래는 산더미고, 아기는 그칠 줄 모르고 울어대고

남편은 육아에 도움을 안 주지, 개미허리는 완전 실종되었지, 친구들도 못 만나지

하루 온 종일 꼬맹이 하나가 엄마라는 여자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엄마가 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행복은 저 멀리고 우선 당장 아기가 너무 버겁다.

 

밤이고 낮이고 울기만 하는 아기 입에 수건으로 틀어막고 싶다는 엄마도 있어 나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는 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끔찍한 생각을 했었다는 엄마도 있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들었으면.........하다가도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데 하는 안타까움에 슬펐다.

잠시 여자이기를 희생하고 엄마라는 고귀한 자리에서 내게로 온 한 생명을 보살펴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 상상했던 거 보다  힘든거였다.

자신은 없고 사방엔 온통 아기만 있고, 하루 온 종일 아기만이 생활의 전부다.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남자들은 모른다.

정말 모른다.

여자가 아기를 낳고 겪어야 하는 그 엄청난 인내와 희생을 다는 아니더라도 천만분지 일이나 알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하고 고문과도 같은 불면의 밤을 꼴딱 지세워야 하는 신생아를 둔 엄마의 자리는

감히 그 값어치를 가늠하기도, 비교하기도 힘든 고귀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지 국회의원이 될지 큰 회사를 움직이는 사장님이 될지 모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은 생명, 꼬맹이를 키운다는게 어디 그리 쉬울까?

성질이 급한 아이도 있을거고 , 젖을 잘 먹는 아기에 젖만 먹으면 토하는 까다로운 아기에

낯을 심하게 가려 엄마  이외에는 아무한테도 안가는 아기는 또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아파도 말도 못하고 앙앙 울기만 하는 아기를  달래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아기를 안고 아예 같이 울어버리는 아기엄마도 많다지?

 

이야기 할 사람도 없고 같이 밥 먹어주는 사람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그런 까탈쟁이 아기를  키운다는게

화려한 아가씨가 처음 겪는 엄마자리. 그  무게는 고등수학보다도 더 난해하기만하니

우울증에도 걸리고 심하면 정신과치료에다가 자살에 까지도 이른다니 섬찟하다.

내 아기, 오직 나만 의지하고 내가 돌보지 않으면 당장 생명을 이어가지 못하는 아기를

행복하게 젖을 물리고 젖내나는 옷을 빨아 입히고 목욕을 시키면서 날마다 무럭무럭 자람에

무한한 사랑을 느끼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우울한 시간도 많은 엄마들.

 

혹시나 해서 큰딸한테 전화로 물어봤더니 큰딸도 살짝 느끼고 지나갔다니 놀랍다.

나는 그럴 겨를도 없이 마냥 행복하고 사랑스러워하며 삼남매를 키웠는데 자아가 강한

요즘의 아기엄마들은 희생도 좋지만 자존감도 잃지 않으려하니 더 힘들것 같다.

우리 때 보다 더 많이 배웠고 더 근사한 직장에 다녔던 아이들이라 쉽게 포기가 안되는 걸까?

전업주부보다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더 많은 요즘 세대들이다보니 그것도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 같다.

 

이번 쉬는 날에는 큰딸을 데리고 꽃구경이라도 좀 가야겠다.

맛있는 점심도 좀 사 주고 위로겸 응원을 해 줘야겠다.

외손녀를 한번이라도 더 볼 핑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집에만 붙박혀 있을 큰딸이 안스럽다.

지금 네가 감당하는 육아가 얼마나 대단하고 장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 줘야겠다.

평소에도 수시로 전화해서 외손녀한테 잘 하라고 짜증 내지 말고, 외손녀가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면서 자라도록 당분간 널 잊고 외손녀한테 정성을 쏟으라고 타이르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백일을 지낸 외손녀는 지 엄마가 행복해 지도록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