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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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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서(6)


BY 들꽃 2012-03-30

기태씨는  들째을 집 가까이 살림을 내주려고 했지만 둘째는  한사코  마다하며 

아래채 방을 수리해서  신방을 꾸몄다  엄마을 모시고  함께 살고 싶어던 것이다

둘째 며느리는  밉지않은 얼굴에  마음이 순한 사람이 들어와  그녀도 좋아했고 

아들도 엄마가  좋아하시는걸 보니  마음이 편했다  며느리는  이내 태기가  있는것

같아 그녀는  힘든일은  자기가 맡아서 하고  남편한테  장날에  생선이나 과일을

사오라고 해서 며느리에게 별식을 해주기도 했다  

막내가 그녀에게 넌즈시 장가갈 뜻을 비추었다  위로 남매들은 다 중매로  보냈는데

좋아하는  여자가  있나부다  남편이 알면 혼낼까  그녀는  삼종동서와 의논해  매파을

보내서  혼사를  정했다  형과 누이들이  조금씩 보태고  막내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부모님의 힘을 덜어드렸다   막내을 혼인시켜 분가해 보내고

그녀는  몸져 누었다  기태씨는  의원을 부르고 탕제을 지어오며 그녀옆에서  극진히

간병을 하며 그녀을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파온다

열 여덟 어린나이에  자기에게 시집와 어린육남매을  잘 키워서 제 짝을 지어 분가시키고

농사 수발도  혼자서 해내며 허리 펼 날이 없어건만  불평 한 마디 없이  살아준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  기태씨의 정성과 아들내외의 정성으로  그녀는 일주일만에 일어나  앉았다

앓고  일어난  그녀의 얼굴은  핼쑥했다  그 곱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그려저 있고 

머리엔 어느새  흰서리가 내리는  초로의 햇 늙은이가  앉아 있다

\" 임자  미안하네  그 간 고상만 시키고 내가 무심했네 \"

\"고상이야  이녁이 햇제요 눈 먼돈  한 푼 업시 농사 소출만 가꼬 아~들  학비며 

 혼사비며 맨기니라꼬 애 묵엇지예 \"

\"인자는  매늘이 한테  정지 넘가주고   딸내도 가고 아들내도 가고

남들 맨치로  기경도 가소  내  암말 안할끼구마 \"

\"지야  괸안니더 이녁도  이자  둘째 한테 일 매끼고  농감이나 하문서 

 친구들캉 탁배기도 자시고  처렵도 하려 댕기시소\"  

초로의 부부가  서로을 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원기가 회복되자 바지런한 그녀는 

밭에서 풋성귀도 해오고 청소며 정지일도 도우며  둘째을 가져 몸 무거운 며느리을 도왔다

아들네 딸네 손자들의  돌잔치가  집집이 벌어지자  그녀는  시집온지 삼십 여 년만에

남편과 함께 대문밖  나들이 길을 나서보니 아이마냥  즐겁고  손자들의 재롱이  귀엽기만 하다 

자식을  키울때는  한 번 안고 눈 맞출 여가도 없이  키웠는데  새삼 손자가  귀여운건 그녀도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는 얘기다 내년이면 기태씨가 칠순을 맞이한다 갑년에는  아이들 

진학이다  혼인이다  정신없이 지내느라 집안식구끼리만 모여 식사을 했지만  이제 아이들도 

제 자리을 잡아가고  손주들도 테어나서니   이 번 칠순때는  마을 잔치  열자고  아들네와 의견을 나누고  올 농사가 풍년이 들기을  그녀는 기원해 본다  

그녀는 가을이면  자식들에게 봉지봉지 싸보내는   재미로 사는것 같았다 

잔치준비는  일 주일전 부터 시작되었다  정과.약과. 다식을 미리 해놓고  엿도 고아서 준비했다 

고두밥을 해서 술도 담그고  감주도  만들어 두었다   이틀 전엔 둘째 아들이  친구들과 

뒤란에서 돼지을 잡고 대소가  삼종동서며  질부들이 와서  전을 부치고 떡을 만들고 술을 

거른다   온 집안은 기름냄새가  진동하고   아들네 딸네들이  오면서  손주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에  부산스러웠다  생일날 아침 너른 마루에 양주가 앉아 있고  얖에는  커다란

교자상에  한 뼘씩  고아올린  갖가지 음식이차려져 있다  장남 내외가  만수무강을 비는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둘째 셋째가  절을 올린뒤  손주들의차례가 되자  장손은  제법 절을

잘 하는데  밑에 꼬맹이들은  지가 먼저한다고  업디다가  서로  머리통이 부딛처  우는넘 

엉덩이을 한껏 들고  머리을  내리박다 넘어지는 넘 아예 엎디리는넘  꼬맹이들 때문에 

온 집안이  웃음바다가 되고   잔치마당은 풍물소리로  시작된다  

 앞마당엔  둘째 아들 친구들이 치는 풍물소리가 요란하고 차일밑에 앉은  일가 친척.동네

어르신들은 기태씨에게  술잔을  권하며  축하인사에 여념이 없고 안방에서도  웃음소리가

자자하다  삼종동서가 그녀의 노고을 치하한다

\"자네 그 간 고상 했네 \"

\"지가 먼 고상 했따꼬 예\"

\"글찬치  감실댁  일찍 가고  어린 얼라들 키우니라꼬  맴 고상 몸 고상  만이 했제

 그 만은일 다 하문서도  입 한분  열지 안해시이  오날 이레 존날이  있는기라 \"

\"그야  석이 아베가  처리을 잘 해시가 그리 된기제요  지가 머 알아야제요\"

그녀는  대소가에서 자기가 해온 이력을 알아주는게 고맙고 고마웠다

잔치는  늦은밤에야  끝이 났다  그녀는  고방을 분주히  드나들며  내일  며느리. 딸

손에 들려 보낼  보따리을 챙기느라 바쁘다   잔치음식이며  잡곡을 봉지봉지 싸고

행여 무얼 더 줄게 없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둘째딸 몫은 더 많이 넣었다

형제들 보다 형편이 어려워 늘  심통을 부리는 딸이 밉기보다 안스러워  언제나 

한 몫이 더 넣어주어도  고맙단 말은 안해도 심술이나 부리지 않아서면 고맙겠다  

보따리을 다 싸놓고 그녀는  아이들이 자는 방마다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다 본다 

날이 새면  모두들 제 집으로 갈 준비에  눈 맞춤 하기도 어려울게 뻔해 

자고있는 자식들 모습이라도 눈에 익혀 두고 싶었다

아침은 손주들의 분탕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손주들을  안고 앉아서

반찬을 얻어주고  어린것은  밥을 떠먹여주며   며느리. 딸이 밥을 먹고

가도록 아이들을 돌봐주느라  정작  그녀는  밥을 먹지 못한다

\"하부지 하모이  아녀 기시세이\"

꼬맹이들의 배꼽 인사을 시작으로 아들 며느리 딸 사위들도  인사을 올린다

장남이  둘째 여동생 어깨을 두드려주며

\"얘들 방학하면  바람도 쉴겸 서울로 놀려 오너라  내 맛난것도 많이 사주고

서울 구경도 시켜주마  힘들지만 김서방 잘 위해주고  잘 지내거라 \"

오빠는 여동생이  맘에 걸여  봉투 하나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큰 처제  처남댁에만 가고 울 집에 안오면 나 처제  안볼끼구마  

아~들 데불고  울집에도 와가  놀다 가소  동서도 가치 와야하네 \"

형부도  처제 손에  봉투을 쥐어주며 농담으로 처제을 웃겨보려 애쓴다

막내 여동생은  오빠와 형부가  둘째 언니을  위해주는 모습을 보며

\" 형부 둘째 언니만  이뻐하고  난  이뻐하면   나두 형부 안볼라요

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막내 여동생의 농담에 남매들이  웃음보가  터지자   자식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양주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져났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떠나간 집은 조용하다 

\"야야  이자  뒷 감당은 우리차지제\"

\"어마님 진지  안 잡수시찌 예  지가 국 데피가 얼른 상 차리겠심더\"

고부가  늦은 아침을 맛나게 먹고 난뒤 기태씨는  둘째 내외에게 칭찬을 한다  

\"요분에  둘째 너거들이  욕봣다  성이고 동상이고  누부들이고 우~~ 왔다 해논

 음석 묵고 싸주는 보따리 들고 가기 바뿌지만도  첨서부텀  뒷감당까징 너거

 목신데  희야에미가  동새간이나 시누부들한테 정시럽게  해주는거 보이께 

 울매나 보기 조턴지 집안에 우애가 이설라카머  안에서 잘 해야 되는기라 우짜든동 

우애스럽게 지내거라  에미 고상 만이 했데이 \'

\"맛심더 에미가 애 만이 묵어심더 고상했다 \"

\"지가 머 했심니꺼 예 어마님이 고상 만이 하시심니더 \"

둘째 며느리는  큰일이나 제사때마다  일하는게 힘도 들지만  시어머니가 잘 도와주시고

큰동서.막내동서.시누들이 자기가  고생하는걸 알아주고 가끔씩  농촌에서 보기드문

선물을 사와서  고생했다며  위로해주어서 고맙고 미안한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것이데 시부모님까지  칭찬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둘째도 부모님이 아내을 칭찬 하시니 아내보기가 떳떳하고 마음이 편하다  

\"야야 너거 동무들이  어제 일 봐주니라꼬  술도 한 잔 몬 묵엇쓸끼다

오날 저녁에 마캐다  오라케라  음석도 이꼬  술도 이성깨  내  한 상 채리주마

\"예 어메  그라지예\"

그날 저녁  둘째는 친구들에게 술 한잔씩을 권하며 고맙다는 인사을 하고 내년 농사일도

두레로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할것을 의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