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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그대향기 2012-03-10

 

 

 

아침 저녁으로는 좀 쌀쌀해도 겨울 맛은 아니다.

옷을 허술하게 입은 사람 탓이다.

겨우내 목이 있는 옷을 입다가 날이 좀 푸근해졌다고

훌렁 벗어 던지고 나니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긴 목이 서늘하다.

두껍고 포근한 옷을 집어 넣고 얇으면서 가벼운 옷을 꺼냈다.

우중충하던 색상에서 밝고 연한 색상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마음까지도 한결 밝아졌고.

 

몸도 마음도 봄을 맞을 준비를 하다가

옥상 정원의 초록이들을 둘러 보는데 아하~~

벌써 연초록의 새 잎이 눈이 부신 듯 움츠리고 자리 잡았다. 

꿩의 비름도 돌단풍도 매발톱도 묵은 줄기 아래서 새 순을 올리고 있었다.

작고 작은 새 잎들이라도 제 모양은 다 갖춘게 꼭  미니어쳐 같다.

만져보다가 혹시라도 여린 잎을 다칠까 조심스러워 눈으로만 본다.

 

사위한테 축금을 받았다.

꽃바구니나 화분을 사 드릴까 하는 걸 절대로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꽃집에 가서 사게 되면 화분값에 인건비까지 들어가니

정작 꽃은 별로라도 그 값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마음 변하기 전에 축금을 들고 단골 골동품상에 가서 항아리를 몇개 샀다.

앙증스런 항아리 두개

귀 떨어진 제법 큰 항아리  두개

낮은 토기에 달맞이 꽃 심어 놓은 것 하나

작은 떡 시루 하나

그라인더로 잘라 놓은 항아리 두개

 

자주 들리는 집이라 사장님이 반색을 하면서 값은 후하게 낮춰 주셨다.

까탈을 안 부리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골라서 잘해 달라 애교를 부리는

덩치 큰 아줌마가 귀여운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후히 주신다.

항아리를 싣고 남편하고 같은 분재 동호회원 선배집으로 갔다.

야생화  몇 개하고 다육이 두어개 돌단풍 석부작 두어개까지

아이들이 준 축금 중에 예산에서 안 벗어 날 정도로 잘 샀다.

이 많은 걸 보통 꽃집에서 사게 된다면 그 값이 상상 이상이 될 것 같다.

나는 거의 도매값으로 사 올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꽃집에서는 큰 화분은 못 산다.

 

 

집에서 내가 손을 좀 보고  항아리에 옮겨 심으면 정도 더 가고

운치가 더 있는데 굳이 비싼 꽃집에서 살게 뭐람.

아이들이 준 기념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기쁘게 꽃을 사 날랐다.

봄 단장도 할 겸 오후 내내 옥상을 둘러보는데 벌써 냉이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뎃잠을 자던 다육이들도 용케 살아남아 발갛게 색을 내고 있다.

잡초도 벌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뾰족한 잡초용 호미를 들고 콕..콕..콕..솎아 내고

묵은 마른 잎들을 가위로 잘라줬다.

 

저녁 무렵 화분에  정신이 팔린 나를 보던 남편이 그런다.

이제부터는 저녁시간은  옥상차지네..ㅎㅎㅎㅎ

겨울에는 할머니들 저녁 밥을 드리곤 쪼르르 집으로 들어 가 버렸는데

날이 풀렸으니 야외활동을 좀 하게 생겼다.

초록친구들하고의 묵혀뒀던 지난 겨울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야 할 시간이다.

축포처럼 팡~팡~봄꽃이 터지면 세상 부러울게 없는 그대향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