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나 핸드폰 그 밖에 여러 가지 기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독한 기계치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고 싶었던 건
판타지 소설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진행이 빠른 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성장소설이나 자서전류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사전처럼 두꺼웠고 글씨가 숨 쉴 틈만 남기고 빽빽하고
어려운 용어가(최첨단 기계에 관한 거니까 당연하긴 하다) 너무 많았다.
그러나 매력적이었다. 첫째도 솔직, 둘째도 솔직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좋은 부분만 부풀려서 쓴 글이 대부분이고 대필이라서 더 그렇기도 하다.
스티브잡스 자서전도 대필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보통 소설의 3배정도 되는 책을 정독으로 5일 만에 읽었다.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건 자세하면서도 솔직하게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는 입양아였고, 중산층이었고,
공부도 잘 하지 못하면서 말썽꾸러기였고, 대학교도 중태.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환경과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격도 다혈질이고 이중적이고 변덕스럽고 상처받는 말을 함부로 하는
인간이 그럴 수 있냐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괴팍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티브잡스는 창의적이고 열성적 이였으며
뭔가에 꽂히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과 장단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세상에 완벽한 성인군자는 없는 것이다.
종교에 심취하거나 마음을 다스리는 도를 깨우쳤다는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어 라고 큰소리치는 사람일수록
단점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스티브잡스는 아이 팟이나 아이 폰을 만들 때
누구나 쉽게 터치 몇 번만 하면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디자인도 좀 더 단순하고 자연스럽게를 강조하고 강요하고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등을 돌려 배신을 때리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거야 대충이해하면 된다는 식으로 읽으며 페이지를 넘겼다.
운영체재가 어떻고, 프로그램이 어떻고, 시피유가 어떻고 기계치인 나는 어렵고 헷갈렸다.
사업을 하면서 얽히고설키고 복잡하고 뒤죽박죽이고 서로 물고 할퀴고
좋아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배신하고 서로의 필요 하에 다시 사과하고 손잡고....
우리가 사는 세상 속은 작게는 개인사에서 가정사까지 크게는 정치적이거나 사업적이거나
축소판일 뿐이지 다 비슷비슷하다.
스티브잡스는 성공했다. 하지만 무서운 병마가 찾아오고 말았다.
우리의 삶이 저 태평스러운 거리처럼 편안해 보일 때,
당신의 집 문간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듯이 스티브 잡스 문간에도 위험이 닥쳤다.
몇 번의 수술을 하면서 잡스는 애플사를 이끌어가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어도 다 극복했었는데
아픈 건 참으로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57세의 한창 나이에.
인생이 흐르는 물처럼 덧없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는 걸
조금 알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나이에 말이다.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구입하기 전부터 난 막내이모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내가 대필 작가가 되어 이모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연하게도 스티브잡스와 막내이모의 마무리가 비슷하다.
비슷한 나이에 암이 찾아오고 수술하고 살려고 안간힘을 쓰고 결국엔...
우리는 살기 싫다느니 죽고 싶다느니 함부로 떠든다. 나부터도 그랬다.
세상을 살면서 돈 때문에 사람 때문에 죽느니 죽겠느니 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만큼 절망적이거나 끔찍하지않다.
그걸 경험했기에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 걱정은 내일하고 오늘 하루 감사하며 즐겁게 살려고 한다.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읽으며 조금 울었고 피식 웃었고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이 폰을 들여다보기도 하고(나는 아이폰이 아니다, 아이들 걸 들여다봤다)
아이패드 광고도 관심 있어졌다.(아이패드가 나올 때 매스컴에서 생리대라고 놀렸단다.)
책의 3분의 1부분 까지는 뭐 이런 인간이 있나 했다가
중간을 지나 책을 덮을 때는 스티브잡스가 좋아졌고 존경스러웠다.
그는 죽기 전에 자기가 살던 고향에 땅을 매입해 애플사를 크게 짓기로 하고
설계까지 마쳤다. 정원엔 살구나무를 가득 심어달라고 했다.
지금은 살구나무가 없지만 잡스의 어린 시절엔 많았다고 한다.
막내이모 고향이기도 한 내 고향은 사과나무 과수원이 많았다.
하얀 사과 꽃을 잊을 수가 없다.
스티브잡스 그 사람도 연분홍 분분히 날리는 살구꽃이 그립고 그립고 그리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