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간다.
하루는 소설을 진행하고 하루는 시나리오 대본을 쓰는 건방진 자세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두가지 일을 할수 있는지 나 자신을 시험하는 중이다.
능력이란 개발하는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나이는 잊기로 했다.
어느 곳에도 희망이란 있겠지.
그리 생각하기로 한다.
밖에 눈이 내렸다.
갑자기 눈길을 걷고 싶어졌다.
집을 나서서 집 근처를 배회했다.
오랫만에 느끼는 상쾌한 공기가 마음에 든다.
발 아래 밟히는 눈의 감각이 좋다.
전세비 오십프로 인상이 주는 부담은 무겁지만 이년을 연장할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우선은 해방이 되었다.
돈을 벌면 우선 이 집을 사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는다.
그런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테니까...
저녁에 TV에서 식물인간인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밝은 웃음이 아름다웠다.
숨은 그림찾기처럼 방송국에서는 어쩜 저런 사랑을 찾아내었을까.
잊고 있던 사랑의 본모습을 보는듯 했다.
나는 전혀 어느 누구도 사랑해본적이 없었던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랑을 말했던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겨울 공기를 마신듯한 상쾌함이 찾아 왔다.
아직도 아름다운 세상은 구석 어딘가에 있다는 말이다.
희생할수 없으면 사랑을 말할순 없겠지.
내가 말했던 사랑은 무효다.
생각이 많으니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소설과 시나리오 속에서 분리를 하려니 복잡하기 그지없다.
잠을 청하려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중얼거린다.
크라이 막스가 없잖아..
내 인생의 크라이막스는 어디쯤이었을까.
생각은 또다시 다른곳으로 헤맨다.
나 자신에서 벗어나오기가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뭘 하겠는가.
해탈을 꿈꾼다.
꿈은 갈수록 황망해지고 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