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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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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올케


BY 그대향기 2012-01-24

 

 

 

 

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착잡해져갔다.

시댁이야 아직 두분 다 살아계시니 변동없이 설에 가면 되는데

친정에 가려니 마음이 텅~비어져 가는 것 같았다.

가슴 한켠이 문살만 있는 한옥의 나무문처럼

겨울 바람이 저 혼자 들락거리는 것만 같았다.

 

시리고

아프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가득 고일것만 같은 빈 우물 같은.....

그래서 친정에 가고 싶은 마음과 가지 말아 버릴까 싶은 마음이

서로 부대끼고 있었다.

해마다 명절은 할머니들을 우선하다보면 늘 명절 아침은 부모님들하고가 아니라

이 곳의 할머니들하고가 되고만다.

 

올해도 설 음식을 푸지게 해서 할머니들하고 설 아침을 맞았고

세배도 드리고 세뱃돈까지 받으며 즐거운 설 아침을 만들었다.

세뱃돈이래야 할머니들이 조금씩 모은 정성들에 덕담이 한가득이고 .....ㅎㅎㅎ

할머니들은 자식들도 없으니 명절 아침이 외로울 수 있어 당연히 그리 해 드려야한다.

자식들이 있는 우리 부모님들이야 조금만 이해하시고 서운해 하시면 될 일이지만

이 할머니들은 명절이 더 외로울 수 있다.

 

아침상을 물리고 부산시댁으로 선물과 용돈을 챙겨서 갔다.

당뇨가 점점 심해지시는 아버님의 상태는 걱정이 큰데도 정작 아버님은 운동도 잘 안하시고

음식을 가려 드시지도 않으셨다.

발가락은 위험할 정도로 나쁘게 변해가고 있는데 걱정이 크기만 하다.

그런 아버님의 병수발과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시는 어머님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다른 해 명절보다 더 두둑한 용돈을 드렸다.

 

간단하게 시댁에서 점심을 먹고는 친정으로 향하는데 마음이 허허로웠다.

엄마도 없는데 가지 말아버릴까.............

그래도 첫 핸데 안 가면 정 끊어질것 같아......

전에는 경주 인터체인지가 가까우면 설레이던 마음이 착잡해져만 갔다.

엄마집 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면서 습관처럼 엄마방문을 열어 보는 순간

두둥............................

 

조카방으로 변해 버린 엄마방에는 우리를 맞이하던 엄마의 오나~~~ 하던 목소리는 없었다.

당황스럽게 얼른 닫아버린 엄마방문 앞에서 순간적으로 울컥했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그러나 얼굴빛에는 달리 나타내지는 않았고 저녁상을 물리고

엄마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가능하면 엄마이야기나 장례식 때 이야기를 피했다.

 

하룻밤을 자고 집을 나서는 우리한테 올케가 친정엄마가 살아 계셨을 때보다

더 많은 음식들을 올망졸망 챙겨주며 그랬다.

고모야~

해마다 명절 때 마다 올거제?

어무이 안 계신다고 안오고 그라지 말고 꼭 오너래이~

이거~~

우리 친정엄마가 농사지으신건데 인자 어무이 안 계시니 내 맘데로지 뭐..ㅎㅎㅎㅎ

 

그러면서 찹쌀이며 고추장에 고춧가루 고기며 밑반찬까지 바리바리 싸고 담고 해 준다.

다른 동서들한테는 안 나눠 준 것들을.

그러고보니 내가 엄마 살아 계시는 동안에 미운 시누이는 아니었나 보다.

아무리 고와도 \"시\"자가 붙은,그것도 손 아래 시누인데 반겨주고 챙겨주는 올케가 고마웠다.

엄마한테 드렸던 용돈을 올케한테  전하고 왔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올케는 펄쩍 뛰었지만 없는 살림살이에 알뜰히 다 갖춰 준비한 올케가 고마웠다.

 

엄마집 골목을 돌아나오는 겨울바람에 엄마 냄새가 남아있을 것 같아서 예민하게 코를 벌름거렸었다.

흠..흠..흠...

엄마는 없고 올케가 떠나는 우리 차를 향해 흔드는 맨 손이 겨울 바람에  추워 발갰다.

옹송거리고 따라 나온 조카들은 꼭 겨울 참새같고.

이젠 내 마음도 다스려야겠다.

오빠도 설에 맞춰 찾아와 준 여동생네가 그저 고마운 모양이다.

그래, 이러고 잊혀지고 잊으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