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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102회)


BY 녹차향기 2012-01-21

 

 

낼모레 설날을 코 앞에 두고, 지금 막 장보기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한가득 주방바닥에 부려놓으면서,

아휴~ 한숨이 나왔지요.

장보기를 같이 하고, 일꾼처럼 장바구니를 옮겨준 울남편

\"햐~ 사람 입이 정말 무섭네..\"

합니다.

 

그쵸?

물론 설날 전후해서 여러날을 두고 먹을 음식을 한 번에 장만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람들 먹는 게 참 대단해요.

매 끼니 아주 간단하게 알 약 하나로 모든 영양이 충족되고, 기분도 흐믓해 지고,

또 머리도 총명해지고, 몸도\\ 튼튼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이런 명절이 아니면

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 일부러 고향길 나서고 어른들 방문하는 일도 없겠지요?

때론 인류 역사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런 이벤트들이 중요하다 싶어요.

 

설 명절을 앞둔 어제 대학교 1학년 작은 아들 성민이는 친한 친구 병문안을 다녀왔어요.

명절 전 그 친구에게 다녀오기로 한 몇몇 함께 동행한 친구들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 먹었지요.

그 친구가 병원에 누워있는 것은 벌써 1년이 좀 넘었네요.

친구 준이는 공부도 엄청 잘하고 성격도 활발해서 친구들 사이에 인기도 있고,

마음씨도 따뜻한 친구였어요.

고3 수능 전에 일찌감치 좋은 성적으로 성균관대학교에 수시 입학을 했었답니다.

 

다른 친구들이 수능에 정신이 없었으니깐  친구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주기도 하고,

그들 공부에 방해 되지 않도록 자기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었었죠.

드뎌 수능이 끝나고, 12월 중순경 수능 성적표를 나눠주는 날이었어요.

 

수시 합격자라 굳이 학교에 성적표를 받으러 갈 필요는 없었지만,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 얼굴도 볼 겸 준이는 학교를 갔어요.

친구들은 수능 성적표에 기분이 좋질 않아서 헤어져 집으로 귀가하는 길,

준이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건너편에 서 있는 집으로 가는 마을 버스를 보고

서둘러 길을 건넜답니다.

그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났어요.

 

대형 덤프트럭이 차선을 추월해서 과속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준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어요.

얼마나 심한 충격이었던지, 소중한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이 금이 가 파열되었지요.

아.... 이 얼마나 가슴아픈 소리입니까?? 

 

세상에 태어나 단 한순간이라도 나쁜 짓이라곤 해 본 일 없이,

너무 착하게 공부 열심히 잘 하고 그래서 드디어 원하는 학교에 수시입학하는 기쁨을 느낀지 불과 한 두달,

청천벽력같은,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우리 아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던 친구였기에 그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손이 후들거려서 진정할 수가 없었는데,

준이 부모는 어떻겠어요??

 

지금 준이는 병원에서 목에 튜브를 꼽고 음식을 취하고,

부모님의 지극한 정성으로 약간의 반응을 보이지만,

제 맘 같아서는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 달려다녔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의 건강과 회복을 기원하며 어제 문병을 다녀온 작은 아들 성민이가

\"엄마, 내가 말하니깐, 눈썹을 좀 씰룩거리며 움직이고, 입 가에서 침이 좀 흘러나오는데,

준이 엄마 말씀이 그게 우리 말에 반응하는 거라고 하는거예요...

아줌마는 오히려 씩씩하게 웃으시면서 우리를 위로해주셨어요..\"

 

준이는 외아들이라,

두 분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랑이며 소망인지라,

부모님의 간곡한 기도와 정성으로 기적처럼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도 기도해 주실래요?

이제 스무살,

대학교 입학을 결정하고 그 캠퍼스에 미처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큰 사고로 병원에서 누워서 꼼짝 못하고 있는 소중한 우리의 자식을 위해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간곡하게 기원올리면

그 기도소리에 잠들어 있던 뇌세포가 화들짝 놀라 깨어나고,

팔 다리에 에너지가 휘익 돌아서 언제 그랬냐며 자리를 털고 일어날 지,

글을 읽으시는 동안  소원 한 번 빌어 주세요...

 

 

사람의 뇌세포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서도 내 일 처럼 느껴지는 감정이입되는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고 해요

이 뇌세포의 영향으로 해서 기부를 하기도 하고, 사랑의 전달하기도 하고,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행복한 에너지를 받으면 같이 기뻐하기도 하지요.

낼 모레 설날 명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하루하루는 축제와 같은 날 들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준아,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잘 생긴 얼굴에 이쁜 미소를 띄고 친구들에게 돌아와 줄거지??

그래, 신촌에서 친구들과 맥주도 마시고, 이쁜 여학생들과 미팅도 하고,

신나고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만들어가야하잖아.

힘 내라... 아직 젊고 할 일도 많으니 얼른 나아야 한다!!! 꼭!!

 

 

 

고향길 다녀오시는 여러님들도,

항상 안전운전하시고,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뜻한 음식 나눠 먹는 소박한 행복을

진정으로 즐기고,

느끼시는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일산에서 녹차향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