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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없는 하늘 아래


BY 그대향기 2012-01-04

 

 

 

 

 

처음엔 엄마가 안 계시면 꼭 죽을것만 같았다.

너무너무 보고싶고

너무너무 그리워서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가슴은  안 터졌고 미어지지도 않았다.

하루 세끼 밥도 잘 먹고 있고 일상의 모든 일을 무리없이 잘 해 나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아주 편안하게....

 

연말에 빡빡하게 잡혔던 모든 행사를 정신없이  진행하면서

새해를 맞았고 미친년 널 뛰듯이 운동장으로 주방으로 겅중거리며 다녔다.

하하거리며 웃었고 깔깔거리면서 일을 진행하다가도

언뜻언뜻 이게 아닌데?

엄마가 어제그제 가셨는데 상주가 이리 쾌활해도 되는가 싶었다.

웃다가도 엄마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가정사 이기 이 전에 나는 공적인 일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행사장에서 개인적인 슬픔에 젖어

일을 시켜야하는 사람의 위치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 슬픔도 간직하지 않은 사람처럼

쌀가마니를 풀어헤쳤고 쌀을 빡빡 문질러 씻었고 밥을 했다.

 

콩나물을 동이 채 쏟아 놓고 쇠고기국거리를 다듬었고

멸치 상자를 둘러 엎고 내장과 머리를 따고 무침을 했다.

도우미 사람들한테 일 중간중간마다 재미난 이야기도 해 주면서

엄마가 이 세상에 살아 계실 때 처럼 씩씩하게 아주아주 잘 했다.

엄마 장례식 때문에 갓난쟁이 외손녀를 데려 오지 못했었는데

장례식을 치루었기에 딸하고 외손녀를 데려 와 산후바라지까지 해 가면서....

 

어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가신지 벌써 20일이나 지나갔다.

하나뿐인 딸이 슬퍼 할 겨를도 없이 살아가라고

엄마는 한창 바쁜 시간만 살짝 피해서 가 주신 것 같다.

엄마의 빈 자리를 메워 주느라 외손녀도 그 때 태어났는 것만 같다 고맙다.

한창 볼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외손녀가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엄마는...............

 

엄마는 이런 이쁘고 사랑스런 증손녀도 못 안아 보시고 떠나셨다.

외손녀한테 미역값이나 일찌감치 챙겨주실 줄 알았지 오래 사시다가

증손녀한테  사랑을 줘 보지도 못하시고 생과 사를 갈라 놓으셨다.

얼마나 이뻐하실 엄만데.....

내가 자랑스러울거고 내 딸이 또 얼마나 자랑스러울건데 그리운 엄마.

곧 설 명절이 다가오는데 울지 않을 자신이 없다.

 

엄마집에 남아있을 것만 같은  엄마 목소리

엄마가 쓰시던 물파스병

엄마의 자애로우신 눈길

그리고

그리고 엄마의 머리냄새까지................

 

친정 집에 가면 제일 먼저 엄마가 머무시던 방으로 들어가 엄마한테 인사를 하던 우린데

엄마가 안 계시는 엄마방에서 솔직히 편하게 잠 잘 자신이 없다.

엄마가 깔아주시던 풀먹인 까실까실한 이부자리며 두꺼운 솜 이불

우리 가족이 사용하고 두고 온 칫솔이며 잠옷을 정확하게 기억하시고 내 놓으시던 엄마

엄마의 간식거리들을 꽁꽁 숨겨 뒀다가 우리 애들 먹으라고 밤에 조용히 꺼내 주시던 엄마

우리가 자던 방 쇼파에 그림처럼 앉아서 잠자는 우리 가족들을 소리없이 내려다 보시던 엄마

 

그런 엄마가 안 계시는 친정 집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어찌 감당하고 돌아올까?

고생만 하시다가 이제 이 딸도 약간의 여유가 생기려는 참인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지 아쉬움만 가슴 가득 남기시고 그렇게 가셨다.

가난한 남자한테 시집간다고 그렇게 못 마땅하셨던지 올케가 장례식 때 이야기 해 준 엄마는

처음에는 남편을 많이 원망하셨다고....

하나뿐인 외동딸을 고생만 시킨다고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나중에야 사람이 진국이란걸 아시고 마음을 돌이키셨다는 엄마이야기.

 

그 진국인 남편이 해 드릴 효도는 앞으로 많이도 남았는데

엄마는 가시고 남은 가족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얼굴들로 무덤덤하다.

자연의 일부분이라지만 그 일부분이 사라진 자리가 너무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날이가고 달이 가다보면 옅어지겠지만 아직은 선혈이 뚝뚝 떨어지도록 아프다.

문득문득 엄마집 전화번호를  누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귀가 어두워지시고는 통화가 불가능했던 엄만데도 수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일방통행성 대화라도 듣고 싶다.

 

엄마~~~~~~~~~~~~~

숙인데~~~~~~~~~~~~

어디 아픈데는 없으시지요?

\"누구신데요?\"

\"당최 머라카시는지...야야(며느리 부르는 소리)~~전화받아봐라...\"

오늘은 안되고 나중에 일 조용하면 엄마 집에 다니러갈께요~~~~

건강하게 밥 잘 드시고 계세요~~~~

\"거 누군데요?\"

.

.

.

.

.

엄마~~~~~~

 

 

(새해가 밝았는데 밝은 이야기를 못 해서 죄송합니다.

곧 그리 될 것입니다.ㅎㅎㅎ

아컴 에세이 방 모든 님들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