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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노신사


BY 그대향기 2011-12-22

 

 

 

 

오늘 낮에 할머니들하고 나들이를 했었다.

해마다 성탄을 즈음해서 늘 한분의 노신사가 할머니들을 대접하신다.

그 노신사는 큰 부자도 아니고 사모님을 일찍 보내시고 혼자 사시는 은퇴 목사님이시다.

원로 목사님으로 추대되면 시무한 교회에서 다달이 생활비도 나오지만

그 목사님은 무슨 이유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 혜택도 안된다고 하셨다.

주택문제도 교회를 오랫동안 맡으시다가 은퇴를 하시면 제공이 되는데

여의치 못해서 자녀분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신다고 들었다.

 

80대 후반에 접어든 그 목사님은 은발이 유난히 하얗고

머리카락 색이 고와서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늘 받는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웬만해서는 난방을 자제하신다고 했다.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을 펑펑 태우며

따끈하게 사는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고 하셨다.

특별히 수입원은 없으시고 자녀분들이 조금씩 드리는 용돈과

크고 작은 교회에서 설교를 부탁하시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 가시고

젊은 시절처럼 아니 더 확실하고 풍성한 경험담을 담아

소중하게 말씀을 전하면 초청한 그 교회에서 약간의 사례비를 주신다고 했다. 

 

그러면 그 돈을 알뜰히 저축해 두셨다가 일년 중에 두어 차례

우리 할머니들을 초청하시고 횟집에서 즐거운    만남을 가지신다.

가끔은 한사람 한사람에게 5만원씩이 든 용돈도 주시기도 하는데

그러면 다시는 초청에 응하지 않을 거라 하시니 그만 두셨다.

특별한 연고자 없이 독거노인이나 다름없는 우리 할머니들을 잊지 않으시고

연말이나 어버이 날을 전후해서 대접을 하신다.

온 몸과 마음에서 정성이 우러 나오는 극진한 대접이시다.

섬김이 어떤 자세인지를 잘 알게 해 주시는 은발의 노신사.

 

본인한테 들어가는 돈은 극도로 아끼시는데 해마다 그 운동화에 그 넥타이시다.

양복도 70~80년대나 그 바로 이후의 후줄근한 양복인데

말끔하게 세탁만 하면 중요한 부분은 다 가린다시며 절대로 의복에 쓸데없는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신다.

우리 할머니들   자연산 회 대접하는 돈이면 명품은 아니더라도

중급의 신상품  양복 한벌은 충분히 사고도 남을 돈인데....

다른 음식보다도 회는 성인병이나 다른 부작용이 없다시며

수년간 단골로 정해 둔 마산의 진동  바다가 훤히 내려다 뵈는 횟집에서

치아가 좋지 못한 할머니들 잡숫기 좋으시라고 잘게 썬 회를 특별 주문하신다.

횟집주인도 알아서 정성을 다해 모시지만 목사님은 언제나 한결 같으시다.

좋은 말씀도 준비 해 오시고 옛날 교회를 섬기시다가 있었던 에피소드도

재미나게 이야기 해 주시는 정말 즐거운 만남을 책임 져 주신다.

 

큰 돈이 들어오는 창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할머니들   대접해 드리는 일이 목사님은 너무 즐거우시다고 했다.

연말에 적적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언제나 목사님만 만나고 돌아오면

온 몸이 훈훈하고 가슴이 따스해진다.

많이 가진 사람이 선심 쓰듯 큰 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거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돈을 기분 좋게 쓰시는

은발의 노신사 그 목사님은 정말 멋쟁이시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신다며 오늘 쓸 돈이 있으면

그걸로써 만족하다고 하셨다.

 

지금이라도 하나님이 부르시면 먼저 간 친구들하고 사모님을 만나러 기쁘게 가실 수 있다고 하셨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다 가는 길이기에

이 땅에서의 남은 생명은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이고 싶으시다고.....

말씀과 행동실천이 하나가 되니 그 말씀에 힘이 넘치신다.

쉽지 않은 결정들인데 그 목사님은 일상생활이시다.

목회자라고 아무나 다 그리 하고 사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비리가 터질 때 마다 늘 그 은발의 목사님이 생각난다.

물욕도 없으시고 애써 찾으려고도 않으시는 본인의 권리들

물 흐르듯이 순리만 승리하는 삶이고 싶다고 하셨다.

나이 들어 꼭 닮고 싶은 몇 안되는 목사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