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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면.


BY 수련 2011-12-01

아, 11월이 지나갔다.

 

11월이 되면 불안하다.

괜스레 가슴이 벌렁거리고 남편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보게된다.

 

딸애에게 손자를 맡기라고 채근을 하고

무탈하게 11월이 지나가기만을 가슴졸였다.

 

남편에게 뇌경색이라는 무서운 병이 닥친 달이 11월이다.

그로 인해 실어증과 오른쪽 마비라는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기억상실도 동반하여 모든 기구와 단기간의 기억들을 다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11월은 잊어버리지 않고 해마다

11월이 되면 손가락으로 꼽으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되었냐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기도 하고

아침에 나가면 밤늦도록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방황한다.

 

나는 나대로 환절기인 11월이 되면 남편의 옷차림도 신경을 쓰고

찬바람이 머리에 닿이지 않게 모자를 꼭 쓰게 한다.

 

뇌경색은 80%가 재발이 된다. 아니 더 확률이 높다고 뇌졸중환자들은 조심에 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옛말에 뇌졸중은 3년,6년,9년이 고비라고 했다.

물론 의학이 발달하고 약이 좋아져서 그런 기우는 많이 없어졌지만

친정엄마가 중풍으로 3년만에 돌아가셔서 나는 더 긴장한다.

 

3년이 지나자 혼자서 휴~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약도 꼬박꼬박 잘챙기는 것도, 그외 건강식품도, 음식도 신경을 많이 쓴다.

 남편이 아프고 부터 내 인생은 접어버렸다.

오로지 남편을 위해 사는 여자처럼 내 일상은 남편으로부터 시작하고

남편이 잠들어야 끝난다.

 

작년 11월에는 술을 먹고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 작은 사고를 냈다.

벌금을 내고 면허취소가 되고....

그 정도로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잔인한 11월을 보냈다.

 

올해도 역시 남편은 손으로 햇수를 꼽는다.

\'5년동안 마누라 니가 시키는대로 온갖치료를 받았는데도 왜 이리도 말이 안되냐\'

그랬다.

민간요법을 할때마다 남편에게 이걸하면 말문이 트인다면서

머뭇거리는 남편을 닥달했었다.

 

지난 10월에도 양 손바닥, 손가락 사이에 볼록한 부위에 메스를 대 노오란 진액을 빼내는

칸 큰짓을 했다. 다행히 큰 탈없이 아물었지만 남편의 말문은 열리지않았다.

 

주윗분이 남편과 비슷한 사람이 그 시술을 받고 말을 잘하게 되었다는 말에

그만 솔깃해져서 거금을 주고 했지만 남편과는 다르게 그분은 혀가 꼬여서 말이 안되는것이지

뇌세포가 죽어 언어를 잃어버린게 아니었다.

 

다시는 귀가 얇아지지 않으리라 또 맹세를 했다.

남편의 원망어린 눈치를 외면하며 나는 또 바싹 엎드릴수밖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던 탁구장도 발을 끊었다.

다 소용없다는 뜻이겠지.

아침부터 나가면 어두워져야 집으로 들어오는 남편은 지쳐보였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같았다.

손자가 와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보름동안 피를 말리는 나날이 계속 되었다.

저어기 바닷가에 남편이 앉아있더라는 이웃의 제보에,

먼 동네 공원에 우두커니 앉아있더라는 또 다른 이웃의 말들에 목울대가 아파서

물도 넘어가지 않았다.

 

주말에 손자를 데리러 딸과 사위가 왔다.

사위에게 장인과 탁구치러 가라고 떼밀었다.

머뭇거리던 남편이 사위의 채근에 마지못해 라켓을 들고 탁구장으로 갔다.

 

딸과 탁구장에 가니 사위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

사위는 은근슬쩍 장인에게 져 준다.

\"우와, 당신 최고네.\"

\"아빠 진짜 잘하세요. 찬우야 할아버지 이기셨어. 박수~\"

 

다시 남편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다음 날부터 다시 가방을 메고 탁구장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단지내의 벚나무 단풍이 가을을 떠나보내면서

울긋불긋 예쁜 잎들을 떨궈내고 있다.

잔인한 11월을 이렇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나보내고  얼른 달력을 넘겼다.

 

오늘, 춥지만 상쾌한 12월을 맞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