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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


BY 그대향기 2011-11-29

 

 

 

딸이 드디어 딸을 낳았다.

당연히 난 외할머니가 되었다.

남편도 많이 감격스러운 모양이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신생아실에서 면회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장장 17시간의 길고도 힘든 진통을 겪은 후에 딸은 비로소 엄마가 되었다..

초산이라 진통시간도 길었지만 입덧이 심해 먹은게 별로였던 딸은 힘들어했다.

평소에 건강한 편이었던 딸이 임신과 더불어 입덧을 심하게 했었다.

그 후유증이었던지 마지막 산통을 느끼면서는 까무러치기를 여러 번.

무통주사를 몇번이나 놔 줬지만 산통의 간격이 좁아지고 심해질수록 딸은 힘들어했다.

 

오랜 산통을 지나고 거의 마지막 시간즈음에

분만실에서 흘러나오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의 다급한 목소리

\"산모가 이러시면 안됩니다.

자..자...

눈을 뜨세요~

정신차리세요 산모님

안돼요.

안돼.

마지막까지 정신을 놓치면 애가 위험합니다.

정신차리셔야해요~~\"

 

그 순간 딸과 아기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보호자분 밖에서 기다리라던 엄명도 무시하고 분만실로 뛰어들었던 나는

온 몸을 비틀면서 고통을 호소하던 딸의 손을 잡고 딸보다 더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민지야~

이러면 안돼.

예쁜 예겸이(외손녀이름) 빨리 만나려면 더 힘을 줘야 해.

지금 멈추면 큰일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옳지 옳지

온 몸에 남아있는 힘을 한꺼번에 다 줘 보자.

그래그래...

잘한다 한번만 한번만 더.....\"

 

온 얼굴의 실핏줄까지 다 터져버린 딸은 지칠데로 지쳐서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아랫배에 힘을 줘야하는데 남아있는 힘이 바닥이었다.

기절하고 또 기절하기를 몇번

마지막 이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던지 딸은 고개를 약간 든 상태에서

침대를 부여잡고 있는 힘을 다 쏟아낼 듯이 신음소리와 함께 힘껏 배에 힘을 줬다.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활화산같이 붉어졌다.

목에 있던 핏줄까지 동아줄처럼 굵게 튀어나왔다.

저러다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아 더럭 겁이 났다.

마지막 힘을 다 쏟아낸 딸은 또 다시 기절해 버리고....

 

간호사 한명은 아예 침대 위로 올라가서 딸을 깨우고 배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

그 순간 이마에 땀을 흘리며 딸을 깨우던 간호사도 분만을 맡았던 담당의사 선생님도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됐어요 됐어~하하하하하하

이러면 되는걸...

자자자..

이젠 끝났어요.

수고했어요.

건강한 공주님이 태어났네요.

뒷마무리 할 동안 좀 쉬세요\"

그 순간 작은 핏덩이가 의사선생님 손에 치켜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터져나오던 우렁찬 감격의 울음소리

새생명의 소리

응~~애~~응~~애~~

 

분만실에서 지켜보던 나도 사위도 밖에서 그 모든 소리를 듣고 계시던

안사돈도 딸의 시누이도 모두 다 울었다.

너무 힘든 과정을 잘 견뎌내 준 딸이 고맙고 건강하게 태어나 준 아기도 고마워서 울었다.

바로 목욕을 시키진 않고 강보에 싸서 엄마 품에 안겨줬지만

까무러쳤다가 겨우 진정이 된 딸은 곁에 새생명이 있어도 감격해 하지도 못하고

울먹울먹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기가 감격스러운게 아니라 무사히 출산을 마친 후련함과 대견함이 공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좀 있다가 정신이 온전해 지고서야 아기를 건너다보며 건강하냐고 물었다.

이목구비가 또록또록한 작은 아기가 두리번두리번

꼭 분만실 안의 모든 사람들을 다 알기라도 하는 듯 살펴보고 있었다.

 

음....

이 퉁퉁 불은 젊은아줌마가 내 엄마??

엄마도 힘들었지만 나도 힘들었다구~`

얼마나 힘들게 나왔던지 내 머리 좀 봐~

찌글찌글 아주 못생겨가지고...

뭐 그래도 좋아

곧 동글동글 이쁘게 돌아갈 거니까

고마워 엄마~

끝까지 날 포기하지 않고 힘 줘 줘서~

나 이쁘게 클께.....ㅎㅎ

 

그리고 울고 있는 이 남자가 내 아빠인가본데

반가워 아빠~

내가 아빠 만나려고 열달을 기다렸잖아

그 좁은 방에서 수영도 하면서 말이지

에퇘퇘퇘퇘....

나오다가 이상한 물을 마셨더니 우웩~

이건 내가 좋아하고 즐겨마시던 오렌지 쥬스랑은 다른데~

아빠!

아빠!

 

애기는 꼭 그렇게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두리번두리번 두 눈을 깜빡이며 지켜 서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 같았다.

딸을 닮아 가늘고 긴 손가락을 넣고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기도하고...

그러다가 응애~~~울어도 보고 하품도 하고 방귀도 뽀록 뀌기도 했다.

짜씩....

벌써부터 사람이 하는 건 다하네~ㅎㅎㅎ.

무사히 출산을 마친 딸이 기운을 다 차린 모양이다.

그제서야 곁에 있는 제 딸아이를 끌어다가 안아본다.

\"미안하다 아가야..그리고 사랑한다\"

딸은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너무나 힘들게 끝냈고 건강한 아기를 보게되어 감격스러워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도 아기의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 다 챙겨보고 확인했다.

나도 그랬지만 아이를 임신하면서 가장 두려웠던게 선천성기형이었다.

딸은 만지기도 조심스러운 외손녀의 자그마한 몸을 검사하고 있었다.  

모든게 다 정상이란걸 확인 한 다음에는 싱긋~웃었다.                             

 

어젯밤 11시에 입원을 했고 오늘 오후 3시 30분쯤 출산을 했다.

입원소식을 듣고 잠이 안오는 밤을 보내고 새벽 5시에 달려 간 병원

지켜보는 친정엄마는 애간장이 다 탔지만 큰 도움이 안된다.

임신과정도 출산도 날 닮지 왜 이리도 힘들다니~

세상의 고통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고통인 출산의 고통이

딸한테는 너무 버거웠던지 다시는 애기를 안 낳을거란다.

나중에 이쁜짓하는 딸보면 다 잊을거니까 둘째를 달아서 낳으라고 하다가

섭섭한 소리만 들었다.

엄만 아무래도 계모라고..ㅋㅋㅋㅋ

 

출산이 마치 내 일처럼 힘든 하루였다.

옆에서 애를 쓴다는게 이리도 지치는 일인데 당사자인 딸은 어땠을까?

애기는 신생아실에 가 있고 딸은 일인실에 입원시켜두고 돌아왔다.

곧 산후조리원으로 갈 예정이고 그 담에는 우리 집에서 좀 있을 예정이다.

내가 딸네 집으로 못 가니 우리 집으로 데려 와 조리를 좀 시켜서 보내야겠다.

애기가 고개라도 좀 가눌 정도가 되면 보내고 싶다.

비록 2주정도는 앞당겨 태어났지만 3kg의 건강한 애기다.

잔병치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바란다.

벌써부터 눈 앞에 삼삼하게 밟힌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