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22

목욕탕 풍경


BY 그대향기 2011-11-26

 

 

 

 

우리 집은 매주 토요일 온천욕을 하러 가는 날이다.

이 동네가 복받은 땅인지 부곡온천이 가깝다.

30장자리 티켓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목욕비도 싸게 받아서 더 좋다.

일반 동네 목욕비보다 훨씬 싼 반값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요즘은 각 도시마다 찜질방에 온천도 많이 개발이 되어 있어서

부곡이 옛 영화는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호텔이나 큰 대중탕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다시 한번

번화한 온천거리를 회복하고자 노력은 하지만

어지간한 투자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되찾기가 힘든 모양이다.

온천제니 노천탕이니 갖가지 축제에 이벤트까지 동원해도

반짝 경기는 있어도 꾸준하지가 않은 실정이다.

우리야 좋지만 업주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오늘도 할머니들 하고 단체 목욕을 한 날이다.

오늘은 내일 큰 행사를 앞두고 미리 하루 앞에 갔다.

평일에 개인적으로 욕실에서 샤워는 하시지만

대중탕에서 목욕 하시는 것을 무척 즐기신다.

우리집에서 가장 어린(?) 내가 제일 바쁜 날이기도 하다.

대충 대충 비누칠하고 몸 불렸다가 초스피드로 몸을 씻고 할머니들 등을 차례로 밀어드린다.

등 이외의 몸은 스스로 다 씻으시고 등만 내가 밀어드린다.

목욕탕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 몸을 씻는 유형도 참 가지가지다.ㅋㅋㅋ

 

1...죽기살기형

말 그대로 죽자살자 때를 미는 형이다.

얼굴까지 벌~게 져서 온 몸을 아주 벗겨낼 듯이 때를 미는 스타일

때 수건도 빠닥빠닥한 새 수건으로다가...ㅠㅠㅠㅠ

 

2...거북이형

남이야 다하거나 말거나 사우나탕 안에서 안 나온다.

이리저리 몸을 뒤적이며 마치 부침갤 굽듯이 원적외선을 쐰다.

남들 다 씻고 나올 쯤 그제서야 실~실~몸을 씻는다.

 

3...거품형

온 몸에 비누칠과 머리 샴푸를 몇번이나 하는지 세어봐야 할 정도

무슨 더러운 물건이라고 그렇게나 비누칠를 하고 또 하는지....

옆자리에 앉았다가 까딱하다가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비누거품에 잠길 정도

자칫하다가는 미끄덩 거리면 다칠 수도 있다.

 

4...풀장형

때는 안 씻고 온탕 냉탕을 번갈아가면서 오락가락하는 스타일

남이사 불쾌하던지 말든지 물장구를 치고 찬물을 마구 튀기는 몰상식한 스타일

공중예의는 어디다 써 먹는건지도 모르는 무경우의 극치

전세를 내야 할 판.

 

5...꽥꽥이형

주먹만한 애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목욕탕에서 애를 쥐 잡듯이 잡는지...

마른 공기보다는 습한 공기일 때 목소리가 더 크다던가?

목욕탕 안에서 애가 울면 왜 그리도 목소리가 하이소프라노보다 더 올라가는 톤인지?

애가 울면 달랠 생각은 안하고 등짝을 철썩 ~하고 더 쎄게 때려서

온 목욕탕이 떠 내려가게 만든다.

 

6... 먹고 죽자형

목욕탕은 몸을 씻는 공공장소가 아닌지?

애기가 있다면 간단한 간식정도는 이해가 가는데

어른들끼리 목욕을 오면서 엄청난 간식을 들고 들어와서 빨가벗고서 먹는데야 ....

알몸뚱이로 소풍나온것도 아닌데 대중탕에 냄새까지 풀~풀~불쾌하게 풍기는 몰지각한 어른들도 더러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나는 몸냄새에 비누냄새에 음식냄새까지~

호흡까지도 곤란을 느끼게 만든다.

 

7...분수형

수도꼭지를 잠글 줄 모르는 스타일

처음부터 끝까지 철..철..철.....

세숫대야를 밭쳐서 물을 받아쓰고 모자라면 또 수도꼭지를 틀면 금방 나오는 물인데도

양치질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할 때까지 철철넘치게 두고

탕 안에 들어가면서도 철철철.............

세숫대야의 물이 넘치는 모습이 아름다운가 몰라~~~

옆자리에 내가 앉으면 반드시, 꼭 !!꼭 !! 잠궈준다.

 

8... 쓰레기방치형

분리수거까지는 안 바란다.

대중탕 안에 그런게 있는 곳이 별로 없기에 .

그러나 자기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는 정해진 장소에 좀 버려주면 좀 좋아?

자기가 가지고 왔다가 다 쓴 샴푸병이나 마신 우유팩 같은 것을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데나 버려두고 나간다.

물론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각자가 작은 수고만 해 준다면 훨씬 깔끔한 대중탕이 된다.

얼마전에 다른 목욕욕탕에서는 버려 둔 요구르트 병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잘못 밟은

어떤 할머니가 크게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작은 실천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양심까지 깨끗하게 맑히는 목욕은 어떨지~~~

 

9...빨래터형

목욕탕에 온다고 하면서 번짓수를 잘못 찾은 스타일

몸을 씻기전에 내복이며 팬티 수건

심지어는 겉옷까지 펼쳐두고 빨래를 하기 시작하는 막가파

출입문에 들어서기 전 \"탕 안에서는 빨래를 하지 맙시다~!\"

분명히 빨간 글씨로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탁비누가 아닌 공동으로 쓰는 탕 안의 세숫비누로 철퍽철퍽...벅적벅적

주로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도 얌체족들이 더러 있다.

팬티만 조물락거리는 사람들은 차라리 애교로 봐 줘야하나?ㅎㅎㅎㅎ

남탕은 이런 풍경은 없지 싶으다.ㅋㅋㅋㅋ

 

10...뒷감당형

자기가 쓴 대야며 비누곽까지 싹싹 씻어서 깨끗하게 정리정돈 잘 하고 나오는 스타일

샤워호스도 제자리에 잘 걸어두고

앉았던 의자도 제자리에

누가 버린건지는 잘 몰라도 빈 우유팩이며 요구르트 병까지 쓰레기통에

하수구의 머리카락까지도 돌돌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오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몸을 닦고 흩어 놓은 수건까지도 세탁바구니에 담아 두고 나오는 사람

가끔 눈에 띄는 바른생활 실천스타일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도 상쾌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나도 즐겁고 다른 사람도 즐거운 목욕문화를 만들어 가는게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지 싶다.

내가 피해받는게 싫으면 나도 남한테 피해를 안 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무관심하게 살자는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적인 주의만 하면 된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뒷감당형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