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을이 물러섰다.
출판에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니 공부할 거리가 많다.
월반을 꿈꾸지 말고 아래계단부터 다시 가기로 마음 먹는다.
종일 연필을 들고 학생처럼 교과서에 밑줄을 긋는다.
내 세상에 몰두 하지 말고 남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도 필요한 일이다.
초조하지 말자..
내게 일러두는 말이다.
지나간 일들에 집착하지 말기로 한다.
미운 날은 미워하고 그리운 날을 그리워하리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 살기로 한다.
내 감정에 노예가 되지 말자.
수사님의 메일에 답을 보냈다.
\"기도해주세요. 글이 잘 되지 않아서 우울해요.\"
엄살을 부린다.
즉시 다시 답이 오니 반갑다.
수사님의 기도가 내 기도보다 약발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기대를 해본다.
지름길은 어디에 있는것인지..
아..지름길로 가지 않기로 했지..
아침에 일어나면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올린다.
SOS.... 성모님.. 도음을 청합니다.
\"혼자 사새요?\"
물으시던 신부님 생각이 났다.
\"외로워 하지 마세요. 주님이 함께 계십니다.\"
그 말씀을 마음에 담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에 후배의 문자를 받았다.
\"언니.. 영하로 떨어졌어. 비닐창 쳐야겠지? 도와주러 갈게.\"
고마운 마음에 눈시울이 뜨겁다.
지난번 후배가 사주었던 두터운 비닐과 테잎을 꺼내놓았다.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던가..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학습 프로그램을 깔아주러 오겠다는 오산대학 교수인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 겨울에 나는 학습에 열중하기로 한다.
이제 내 책상을 지키기로 마음 먹는다.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를 놓을수가 없다.
어제는 윤지의 세번째 생일이었다.
전화 한통으로 손녀의 생일축하를 해주었다.
능력이 되지 못하는 할머니의 처사다.
\"할머니 왜 이렇게 오랫만에 오셨어요?\"
지난번에 찾아간 내게 그렇게 말하던 윤지의 얼굴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할머니 오랫만에 우리집에서 자고 가세요.\"
오랫만이라는 말을 새로 배운 모양이다.
그런 손녀를 낳아준 며늘아이에게 감사한다.
추운 겨울에 마음마저 추워지지 않도록 월동준비를 내 마음 안에 단단히 하기로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을 맞아야겠다.
야속한 마음이나 괘씸한 마음은 접는다.
떠나간 사람은 떠나보내고 빈자리에 나를 세운다.
다 이유가 있었겠지..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나의 이 빈시간과 빈 공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위해서
내 책상앞을 사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