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생긴 일
반찬거리를 사러 읍내 대형마트엘 갔었다.
대형마트라 해 봐야 도시의 동네 큰 슈퍼만도 못한 규모지만 그래도 다양한 물건이 있는 편이다.
어지간한 부식들은 재래시장을 주로 애용하는데
정육코너는 대형마트가 훨씬 편리하다.
그램단위로 적은 양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가 부실한 할머니들한테 양배추찜을 해 드리려고
수입쇠고기를 살코기로 갈아오기 위해 마트엘 가면서
소소한 주방용품들도 샀다.
카트를 밀면서 진열대에 올라 앉은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도 하다가
신상품이다 싶으면 집어 들고 그 물건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도시의 대형마트처럼 시식코너가 있으면 참 좋으련만
시골에는 그런 코너가 없으니 상품에 적힌 자회사 선전문구가 정보의 전부다.
한눈에 확~들어오는 선전문구도 있었다.
마치 그 상품 하나면 밥걱정은 끝이난다는 식으로 영양도 만점, 맛도 만점이란다.
진실성이 좀 떨어지네...
이건 내려 놓자.ㅎㅎㅎ
들었던 상품을 도로 제자리에 두려는데 카트를 밀며
따라다니던 남편이 지루했던지 슬쩍 장난을 걸어왔다.
이물건 저물건을 유심히 들여다 보던 내 옆으로오더니 발을 거는 시늉을 했다.
운동신경이 발달한 편인 내가 얼른 피하면서 남편을 도로 걸듯이 반격을 가했다.
카트를 사이에 두고 윗몸은 거의 안 움직이면서 두 사람이 발만 가지고 툭..툭...장난을 치다가
급기야 내 공격이 헛탕을 치면서 저만치 물러 선 남편을 향해 신었던 슬리퍼를 벗어 낮게 날렸다.
마트 바닥을 미끄러지듯 뱅글뱅글 돌면서 날아가던 내 슬리퍼
재빠르게 피한 남편은 미끄러져오던 내 슬리퍼를 발로 툭..차서 방향만 바꾸게 하더니
큰 냉동고 밑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리고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개구지게 웃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한발로 깨금발을 뛰면서 슬리퍼를 찾으러 겅중거리며 가는데
옆에서 우리 부부의 장난을 유심히 지켜 보시던 중년부인이
\"친구사인가베?
그러니 그렇게 재미지게 장난을 치제~
재밌는 친구사인갑네...보기 좋으네..\"
\"저희요?
저희들 부분데요~ㅋㅋ\"
\"하이고~
부부가 이리 재미지게 사는 사람도 다 있네..ㅎㅎㅎ
부럽네.\"
그리하여 우린 부부가 아니라 친구사이가 됐다.
평소에도 장난을 참 좋아하는 우리 부부다.
누구 한 사람이 싫어하는 기색이 있으면 안 할건데 둘 다 장난을 무척 좋아하고 즐긴다.
때로는 몸개그도 불사하며 웃기기에 열중할 때도 있다.
남편앞에서만은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루에 몇번씩은 유쾌하게 웃어줘야 소화가 잘 된다.
큰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봐야 속이 후련하다.
왕푼수라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웃어야하고 웃겨야 살 맛나고 웃어줘야 힘이 난다.
할머니들 숙소는 집에서 좀 떨어져 있고 우리 둘만 사는 공간이 넓은 편이다보니
아무리 큰 소리로 장난을 쳐도 서로를 불러도 아무도 못 듣는다.
결혼 할 당시의 남편은 지금보다는 표정이 다소 굳어있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신중한 남자였고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뭔가 무게만 잡고 있던 남자?
그러나 결혼생활이 이어지면서 우스개소리 좋아하는 싱거운 아내한테
물들어가면서 표정도 훨씬 밝아졌고 자주 웃는 남자로 변했다.
남편도 원래는 농담도 좋아하고 재치가 좀 있는 편이다.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에 가정형편이 기울면서 스스로 억제했던 그 감정들이었다.
순간순간 위트넘치는 이야기로 날 참 많이도 웃게 만드는 남편이다.
요즘은 남편도 나도 전에보다 더 많이 웃고 산다.
웃을 때 나오는 엔돌핀은 지구상의 그 어떤 항암제보다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들었다.
많이 웃는데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질 않는가~
마주보며 뱃가죽이 땡기도록 웃어제켜도
잇몸이 다 드러나도 밉질 않고 눈가에 주름이 서른마흔다섯개가 나와도 사랑스럽기만한데....
어떤 날은 내가 심각하게 남편한테 물을 때도 있었다.
\"나 이제 장난치지 말까?
조용하게 고분고분한 말씨로 다소곳하게 앉아 있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야~한 이야기나 웃기는 이야기를 해 주지 말까?
억수로 우아한 이야기만 들려주고 고상하게만 웃을까?
자신은 없는 일이긴하지만..ㅋㅋㅋㅋ\"
내 말에 남편은 즉시 반기를 들었다.
\"아니아니~~
우리 그냥 이렇게 유쾌상쾌통쾌하게 살자구~
한 우아 안 해도 좋고
한 고상 안해도 좋으니
지금처럼 털털하게 웃고 자주 웃겨주라구.
살면 얼마나 산다고 찡그리며 참으면서 살고 그래?
지금의 당신이 나는 정말 좋거든.ㅎㅎㅎ\"
그래서~~
오늘도 남편 앞에서만은
살인미소도 날리고
스킨십도 적절히 하면서
귀요미가 되고(믿거나말거나)
왕푼수가 되어 살았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