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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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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노.


BY lala47 2011-11-09

 

거울을 본다.

납작해진 정수리가 보기가 싫다.

아무래도 파마를 해야 할까보다.

내 나이 청춘도 아닌데 생머리는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압구정동 미장원만 선호할수는 없어서 집 근처에 있는 미장원을 찾았다.

 

노랑머리 주인여자가 친절하게 나를 맞는다.

\"이사를 오셨어요?\"
이사 온지가 이년에 가깝지만 귀찮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느 동네에서 오셨어요?\"
알고 싶은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지라고 대답해주었다.

양주를 거쳐서 왔다는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기때문이다.

 

\"친구분들이 없어서 심심하시겠어요. 이 근처에 노인정이 있으니까 그리로 가면

친구를 사귀실수 있어요.\"
과잉친절이다.

나는 노인정에 가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아직 노인정에 갈 군번을 아니라고 대답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미장원의 큰 거울을 바라본다.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나..

좀 잘 차려입고 올걸 그랬나보다.

 

\"뽀골뽀골하게 하지 말고 굵게 말아주세요.  끝부분만 다듬고 짧게 자르지는 마세요.\"
그 말만 했다.

노인정 말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눈치를 챘는지 주인은 재빠르게 말을 바꾼다.

\"지금도 미인이시지만 젊으셨을때는 정말 예쁘셨겠어요.\"
그 말이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첨으로만 들렸다.

\"젊을때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지요?\"
\"그런 일 없어요.\"
퉁명하게 대답했다.

 

\"얼마예요?\"
\"경노가격으로 해드려서 삼만원만 받아요. 약은 제일 좋은걸로 써드려요.\"

901이라고 마크가 붙어 있는 병을 보여주며 제일로 좋은 약이라고 강조를 했다.

다행이다.

머리가 바시시 부서지듯이 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주인은 되풀이 한다.

가격이 경노라는 말은 전혀 불쾌하지가 않으니 속으로 웃었다.

노인정은 싫고 경노는 좋다는 말이렷다.

모순이다.

 

파마는 마음에 들었다.

짧게 자르지도 않았고 뽀고리 파마도 아니었다.

자주 들려달라고 주인은 내게 당부를 했다.

\"커피 마시러 오셔요.\"

 

파마를 한 삼일후에 목욕탕에 갔다.

경노가격은 천원을 할인한 사천원이다.

나는 아직 만 육십오세가 되진 않았지만 카운터에서 만원짜리를 내면서 말한다.

\"경노예요.\"

이를테면 사기를 치는것이다.

천원이 큰돈으로 느껴진다.

\"경노세요?\"
카운터에 아가씨는 의아한듯이 나를 바라본다.

잠시 의아한 눈빛을 보내주는것이 예의다.

당연한듯이 사천원을 받는다면 조금 서운했을 것이다.

주민등록증으로 보자고 하면 목욕탕에 누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냐고

대답할 것이고 주민번호를 대라고 한다면 언니의 주민번호를 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천원의 절약을 위해서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노란 노인을 우대한다는 뜻이다.

나 스스로 경노라고 말하는것은 웃기는 일이긴 하다.

경노라는 말이 때로는 듣기가 싫고 때로는 고마운것은 늙어간다는 증거일것이다.

나의 이 변덕을 누가 말리겠는가.